수원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단장 백찬하)은 글로벌 금융사 명의로 3억 달러(3500억 상당) 상당의 Bank Draft(BD·은행환어음) 5매를 위·변조한 뒤 여권 실세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수억 원대 사기 사건을 저지른 혐의(증거위조교사 등)로 JP○○ 홀딩스 대표 정모씨(64)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필리핀에 거주하며 범행을 도운 정모씨(49)를 지명수배했다고 29일 밝혔다.
정씨는 글로벌 금융사인 JP모건 체이스 은행과 비슷한 JP 00홀딩스란 회사를 만든 뒤 지난해 2월 필리핀에 거주하는 정씨에게 4000만 원을 주고 JP모건 체이스 은행 필리핀 마카디 지점을 발행처로 하는 액면 5000만 달러 짜리 BD를 위조해 한국에서 사용하는 등 총 3억 달러 규모의 BD 5매를 위변·조,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2월 세종시 아울렛 사업 투자자를 찾고 있는 이모씨(44·여)에게 “JP모건 체이스은행 뉴욕 본사에서 1억 달러 BD를 발행받은 뒤 할인 받으면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면서 BD 발급 비용 명목으로 4억1050만 원을 받아 가로챘다.
지난해 8월엔 이씨가 고소하지 못하도록 이씨를 소개한 공범 기모씨(57·여)에게 6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BD를 발급받지 못한 것 처럼 ‘시행투자 위임계약서’를 작성토록 한 혐의(증거위조 교사)도 받고 있다.
정씨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가 JP모건 체이스 은행과 관련이 있는 것 처럼 행세 하거나, 여의도 사무실 벽면에 유명 정치인들과 찍은 사진을 내걸어 권력 실세와 친분이 있는 것 처럼 과시했다. 특히 그는 BD를 발생해 주는 사람이 “필리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사람” “11조 달러 상당의 금괴를 JP모건 체이스 은행에 유치해 놓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권력에 숨어 비정상적으로 유통되는 돈에 편승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현혹시켰다.
백찬하 단장은 “비자금 관리 등 권력을 빙자한 사기 수법이 외국 유명은행 명의의 BD 사기 사건으로 진화한 사례”라면서 “피해자들은 사무실에 게시된 유명 정치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정씨를 신뢰했다 피
정씨가 친분용으로 내세운 정치인은 3명이며 합성 사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만 있던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을 지난 2월 수원지검과 인천지검에 확대설치했다. 수원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은 지금까지 3건의 굵직한 사건을 처리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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