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관세청 단속으로 적발된 ‘짝퉁 명품’ 가운데 고가 시계 브랜드인 까르띠에가 밀수입액 기준으로 1위에 올랐다.
짝퉁 시장 판도가 가방에서 시계 위주로 넘어가면서 짝퉁 적발액에서 선두를 지키던 루이뷔통이 까르띠에에 밀려난 양상이다.
12일 관세청이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불법 밀수출입을 시도하다 적발된 위조품 가운데 액수 기준으로 가장 많은 브랜드는 까르띠에였다. 올해 1∼6월 260억원어치가 적발됐다.
관세청의 ‘밀수출입 통계’는 사실상 밀수입 통계라고 보면 된다.
올해 상반기 불법 밀수출입액 3500억원 중 3481억원(99.5%)이 수입액이었다.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짝퉁 물량이 국내에서 만들어 해외로 내보내는 물량보다 많기 때문이다.
까르띠에에 이은 상반기 ‘짝퉁 밀수’ 적발액 2위 브랜드는 샤넬(147억원)이었다. 루이뷔통(48억원), 롤렉스(45억원)가 뒤따랐다.
짝퉁 밀수액은 명품의 ‘인기 척도’로 통한다.
까르띠에 적발액 순위는 2010년 9위에서 2011년 6위, 2012년 5위, 2013∼2014년 4위로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반면에 2010년 한 해만 1234억원(1위)어치가 적발됐던 루이뷔통 짝퉁 적발액은 지난해 3분의 1토막이 났다.
상위권이던 버버리 적발액도 2012년 713억원(3위)을 정점으로 2013년 109억원(5위), 작년 53억원(11위)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 적발액은 17억원이다.
올해 적발액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계류 짝퉁의 증가세다.
상반기 시계류 위조품 적발액은 1935억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품목 기준 1위였다. 의류·직물이 1177억원으로 2위다.
시계와 더불어 짝퉁 업계를 양분해온 가방 적발액은 지난해 128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5억원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시계류 짝퉁 적발액이 증가한 것은 지난 2월 ‘이태원 짝퉁시계 대모’가 잡힌 영향이 컸다는 게 관세청 설명이다.
이때 붙잡힌 소모(여·58)씨는 가족 위조단을 꾸려 진품일 경우 시가로 1500억원 대에 달하는 짝퉁 시계를 위조했다. 올 상반기 전체 위조품 적발액의 43%가량이 여기서 나왔다.
이들은 품질이 나쁜 중국산 시계 작동장치(무브먼트)를 중국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유명 상표가 새겨진 시계판과 케이스 등을 조립하는 수법을 썼다.
관세청 관계자는 “짝퉁 가방 밀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은 지난 2월부터 국제우편을 이용한 짝퉁 반입을 집중 단속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개인이 사용하는 용도에 한해 가방·시계·신발 등 품목당 1개, 총 2개까지 국제우편으로 짝퉁을 받아보는 게 합법이었으나 올해 2월 6일부터 전면 금지됐다.
짝퉁 원산지는 역시 중국이 가장 많았다.
올해 상반기 중국산 위조품 적발액수는 3129억원으로 전체 밀수입 적발액의 89.4%를 차지했다
박명재 의원은 “지식재산권 위반 밀수 범죄는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때문에 휴대품·우편물을 통한 소량의 ‘짝퉁’ 반입에도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며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고 집중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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