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라는 신경림 시인의 시 구절이 무색하게도 연애·결혼·취업을 포기한 삼포세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랑을 몰라야’하는 상황에 처한다. 실제 구직자 4명 중 1명은 취업을 못해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진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그리움을, 사랑을 모르겠느냐던 시 조차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이라는 자조로 마무리 짓는다. 신경림의 시 ‘가난한 사랑 노래’의 부제는 ‘이웃집 한 젊은이를 위하여’다.
3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1077명을 대상으로 ‘취업 때문에 연인과 헤어진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귀는 사람이 있던 구직자(826명)의 24.6%가 “헤어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별을 통보한 쪽은 주로 ‘상대편’(53.2%)이었다.
실연의 이유는 ‘금전적으로 능력이 없어서’(40.7%, 복수응답), ‘시간을 잘 내지 못해서’(32.4%), ‘구직 스트레스 때문에 싸워서’(28.7%) 등이 꼽혔다.
상대가 아닌 구직을 준비하는 본인이 이별을 통보한 이유 역시 ‘데이트 비용 등이 부담됐기 때문’(44.2%, 복수응답)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누가 이별을 통보하느냐에 관계없이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데이트 비용에 따른 부담이 관계에 장애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구직활동에만 매진하기 위해서’(40%), ‘미취업 상태인 자신을 보여주기 싫어서’(34.7%), ‘시간적 여력이 없어서’(33.7%) 등도 이유로 꼽혔다.
연애가 구직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39.5%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고, 뒤이어 ‘아무런 영향 없음’(31.9%), ‘부정적’(28.6%) 순이었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어서’(68.9%, 복수응답)가 1위였다. 다음으로 ‘구직활동에 활력을 줄 수 있어서’(43.1%), ‘취업 의욕을 높여줄 수 있어서’(42.1%) 등 관계 형성에서 오는 신뢰와 안정감을 높이 평가하는 대답이 많았다.
반대로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구직자들은 그 이유로 ‘금전적인 부담이 커서’(57.1%, 복수응답)를 1순위로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