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가본 여행에서 꿈을 만들었어요. 검정고시에 합격해서 대학도 가고 배낭여행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세상과 벽을 쌓으며 지내왔던 홍지용 군(18·가명)에게 ‘일탈’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희망이 됐다.
학교를 떠나 꿈을 잃고 방황하던 위기 청소년을 위해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청소년문화발전위원회가 마련한 시간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홍 군은 같은 아픔을 지닌 친구들과 2박3일의 또 다른 ‘일탈’을 감행했다.
지난 15~17일동안 이들은 전북 군산, 전남 여수 등을 여행하며 스스로 쌓아둔 벽을 내려놓기 시작했고 동행한 학교전담 경찰관들과도 어느덧 갑갑했던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꿈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심도 없으면서 관심 있는 척 하지마라”며 냉소를 보낸 김희주 양(18·가명)은 여행 끝 무렵 “요리를 배워 요리사가 되고 싶다. 할머니가 내게 주신 꿈”이라고 전했다.
이번 여행에 참여한 학교 밖 청소년 31명은 경찰과 1대1 멘티-멘토가 돼 순천만 정원을 둘러보고 여수에서 카약에 몸을 맡기며 한껏 여행을 즐겼다.
첫날 피곤하다며 담당경찰관과 대화를 거부하던 박창훈 군(18·가명)은 둘째 날부터 담당경찰관을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박 군은 “경찰관과 여행을 간다는 게 무척 부담스러웠지만 경찰관님의 끈질긴 설득으로 여행을 결정했다”며 “막상 여행을 시작하고 나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경찰관) 삼촌이 알려준 검정고시도 한번 준비해볼 생각”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에 대해 여행에 함께한 김춘옥 경감은 “학교 밖 위기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해와 관심”이라며 “아이들에게 ‘우리가 너를 포기하지 않았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것이 작지만 큰 변화의 시작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경찰청도 청소년들에게 새 희망을 주기 위해 이번 여행을 단기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여행 첫날 청소년들을 환송하기 위해
[전남 순천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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