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차를 놓치면 벌금을 내라", 법원의 한 재판을 통해 이런 지침 속에 일하다 숨진 한 견인기사의 사연이 드러났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가속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었던 그의 근로 여건을 이정호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 기자 】
지난 2013년 7월.
경기도 광주시의 한 도로를 달리던 견인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주변 차량과 충돌합니다.
견인차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지고 맙니다.
아내는 유족 보상금과 장의비를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습니다.
공단은 남편이 지입 견인차를 몰면서 실적에 따라 보수를 받는 개인사업자였지, 근로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보상금을 줄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억울해진 아내,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겁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서울행정법원은 "숨진 남편은 근로자였다”며 유족인 아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견인 회사와 숨진 남편 간에 지휘·감독 관계가 있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견인회사는 기사가 제때 무전을 못 받아 사고 차량을 놓치면 견인으로 벌어들였을 이익의 10배를 벌금으로 물렸습니다.
또 현장 도착이 늦어도 5만 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출퇴근 관리도 엄격했습니다.
출근 시간에 맞춰 아침 점호를 하고, 지각하면 10분당 2~3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휴가 날짜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했고, 같은 조끼를 입고 견인차 색상도 통일해야 했습니다.
무늬만 개인사업자였던 한 견인차 기사의 죽음, 늦었지만, 법은 그를 엄연한 근로자로 인정했습니다.
MBN뉴스 이정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