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은 의뢰자의 요청에 따라 사건, 사고, 정보 등을 조사하는 민간 조사원이다. 이들은 형사소송법상 법원의 영장에 의한 강제수사권이 없어 오직 법원의 영장이 불필요한 임의수사만 진행할 수 있다.
민간조사업에 대한 법안은 지난 10여년간 꾸준하게 국회에 상정됐으나 아직까지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OECD 34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사설탐정이 없는 실정이다. 미국을 포함해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OECD 가입국은 사설탐정산업을 국가산업의 한 축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국내에 탐정제도는 없지만 외국 출신의 사설탐정은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1997년 정부가 관련법 없이 탐정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이다.
올해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한 금융공기관은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를 파산시킨 주범들의 해외 은닉자산을 찾아내기 위해 해외 사설탐정을 고용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밝혔다. 이 기관은 지난 2007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해외탐정을 고용, 해외 은닉자산 5910만 달러(689억원 상당)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회수한 금액은 1390만 달러로 탐정에게 지급한 금액은 회수금액 대비 0.5%에 불과했다.
최근 경찰청이 민간조사업 정책알리미 블로그(blog.naver.com/susa-lab510)를 개설하는 등 탐정제도 도입을 위한 대국민 홍보전에 착수했다. 경찰청 외에도 현재 국무조정실, 법무부 등이 관계부처로 구성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경찰청은 인터넷상에서 ‘사설탐정 도입을 위한 응원 릴레이’도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국민탐정’으로 불리는 배우 김상중 씨가 동참해 호응을 얻었다.
김 씨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탐정업이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라며 “하루 빨리 합법화한 탐정을 보고 싶다”고 탐정업 도입 정책을 응원했다.
이어 “원래 탐정업은 실종자 찾기, 기업보안, 보험분야, 사이버안전 등의 많은 장점과 함께 사생활 침해라는 단점도 포함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며 “탐정업의 장점은 활성화하면서 부작용은 방지하는 관리법률을 만들어 ‘금지’가 아닌 ‘관리’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응원인터뷰 말미에 “그런데 말입니다”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등 본인이 유행시킨 친숙한 말로 재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이 영상은 민간조사업 정책알리미 누리사랑방 블로그((http://blog.naver.com/susa-lab510))를 통해 볼 수 있다.
사설탐정 제도 도입 시 범법자 검거에 관련한 인력이 늘어 검거율 향상과 범죄예방 효과를 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불법흥신소, 심부름센터처럼 개인 사생활 침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이와 관련 경찰청 관계자는 “민간조사업은 전문직인 만큼 엄정한 자격시험을 거쳐 국가에서 공인하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이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비원이 경찰의 경비영역을 보조함으로써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듯이 민간조사원 역시 조사영역을 보조해 국민 권익보호에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국회와 관련 부처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국민들에게 사설탐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탐정활동에 관대한 편이다. 사설탐정은 변호사사무소와 보험사 등과 함께 의뢰인 관계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문 탐정이나 사설 경비업체 등의 형태도 다양하다.
우리나라도 사설탐정에 대한 논의를 1998년 15대 국회때부터 시작했다. 당시 하순봉 의원은 ‘공인탐정에 대한 법률’을 입법 추진했지만 국회에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이후 17·18대 국회에서도 탐정법을 꾸준히 제출했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19대 국회에서도 ‘경비업법 전부 개정 법률안’과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안’ 2건이 제출돼 있지만 내년 3월이면
경찰청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탐정법 추진이 탄력을 받아 통과하면 경찰 관련학과 졸업생 1만 7000여 명을 위한 신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은퇴한 경찰관들에게도 재취업의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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