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이틀째, 65년 만에 만난 노부부 "눈물도 안 나와"

이산가족상봉 이틀째, 65년 만에 만난 노부부 "눈물도 안 나와"

↑ 이산가족상봉 이틀째/ 사진=연합뉴스

60년 넘도록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던 오빠의 모습이 문 사이로 보이는 순간 이흥옥(80) 할머니는 단 1초도 허비할 수 없다는 듯이 부리나케 달려가 오빠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1년8개월 만에 재개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 20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말 그대로 기쁨과 회한의 눈물로 홍수를 이뤘습니다.

이 할머니의 오빠인 리흥종(88) 할아버지가 북측의 다른 이산가족들보다 조금 늦게 행사장에 도착하는 바람에 남측 가족들은 초조하게 계속 출입문 쪽을 바라보며 애를 태웠습니다.

출입문에 연세가 지긋한 분이 나타나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유심히 바라보다가 '아, 아니야'라며 탄식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고령으로 휠체어에 의지하고 나타난 리 할아버지를 단박에 알아본 이 할머니가 달려나가자 남측 가족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어머, 오셨나봐!" "한 번에 알아보시네!"라면서 따라나갔습니다.

할아버지는 가족을 만난 기쁨에 눈가가 붉어지고 입까지 파르르 떨었습니다.

가족들은 거동이 불편한 리 할아버지를 행사장에 마련된 의자에 앉힌 뒤 두 손을 꼭 잡으며 서로 안부를 물었습니다.

"(남측에서) 어찌 살고 있는가?" "동생은 그 난리통에 다 죽고 몇 안 남았어요."

"(북측) 생활은 넉넉하고?" "살 만합니다."

"(리흥종 할아버지) 건강은?" "아버지는 정정하십니다."

그러나 만나지 못한 세월이 길었던 만큼 쏟아지는 눈물에 가족들은 길게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다만 살아 있어 이렇게 만난다며 고맙고 고맙다는 말을 서로에게 전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순규(85) 할머니도 호텔 연회장에 '반갑습니다' 노래가 흐르자 의자에서 일어나 출입구를 살펴보며 헤어진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를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나타난 오 할아버지는 긴 세월 보지 못했던 아내의 얼굴을 보며 지난 세월을 추억했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매 나는, 나는 말이야… 정말 고생도 하고 아무것도 몰랐어. 전쟁으로 인해서 우리가, 우리나라 정책이 말이야…"라고 말하며 그동안 고생했을 부인의 손을 꼬옥 잡았습니다.

이 할머니는 "65년 만에 만났는데, 보고 싶었던 거 말하면 한도 끝도 없지. 눈물도 안 나오잖아요. 결혼 1년 뒤 평생을 (떨어져) 살았으니까 할 이야기는 많지. 하지만 그걸 어떻게 (3일 만에) 다 해"라며 덤덤하게 말했습니다.

오 할아버지를 쏙 빼닮은 아들 장균 씨는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며 "아버님 있는 자식으로 당당하게 살았습니다"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며느리 이옥란 씨는 "어머니가 지금껏 건강하셨던 이유가 아버님 만나기 위해서였나 봐요"라며 오 할아버지와 이 할머니의 결혼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이옥봉(77) 할아버지도 60여 년 만에 만난 북측의 형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부터 쏟아냈습니다.

"형님 돌아가신 줄만 알았소"라며 흘리는 동생의 눈물에 형 리옥관(86) 할아버지는 '네 맘 다 안다'는 표정으로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박문수(71) 할아버지는 북측의 누나 박문경(83) 할머니의 거칠어진 손을 부여잡으며 바셀린과 비타민 등 준비해온 의약품들을 꺼냈습니다.

"누님, 이건 바셀린인데 손 틀 때 바르는 거고, 이건 뼈마디 아플 때 바르는 약, 이건 비타민인데 하루에 한 알씩 먹어."

양준성(65) 씨는 북측의 작은아버지 량만룡(83) 할아버지에게 준비해간 선산 사진을 보여주며 남측 가족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주며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