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10만원 벌려다가…보이스피싱 조직원 몰린 노인

농사비를 마련하려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게 된 70대 농부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 농부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중국 총책에게 송금하면서 수고비 10만원을 받았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중국 총책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수천만원을 보이스피싱 일당에 송금한 혐의로 중국 동포 김모(30)씨와 배모(58)씨를 구속하고 현금 인출책인 농부 김모(70·농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이 통해 피해자 김모(51)씨 등 3명으로부터 가로챈 4600만원을 현지 일당에게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농부 김씨는 은행 직원을 사칭한 중국 총책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려면 신용등급 올려야 한다”며 “돈을 통장에 입금해 하면 다시 찾아서 보내주면 된다”는 말에 속아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 산골에서 밭농사를 짓던 김씨는 비료나 농약 대금이 필요할 때 시내로 나가 대출을 받았다.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게 되면 가까이 있는 자동입출금기계(ATM)기로 돈을 인출할 수 있게 돼 의심 없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자신의 통장으로 송금한 1900만원 가운데 1200만원을 두 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인출한 뒤, 택배를 통해 조직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택배 상자가 가벼우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에 상자 바닥에 신문지로 싼 돈을 넣고 수확한 깨나 순무를 쌓아 택배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인출 한도가 600만원이던 김씨는 이렇게 두 차례 돈을 보낼 때 수고비로 10만원씩을 받았다.
[서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