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덫’에 걸린 결혼 약속

20대 여성 이씨는 SNS ‘인스타그램’ 친구의 소개로 지난 7월 A씨를 만나게 됐다. 주선자는 A씨를 ‘내 사촌오빠로 서울 모 지검에서 근무하는 검사’로 소개했고, 이씨는 준수한 외모에 말솜씨도 좋은 A씨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됐다. A씨는 이씨에게 ‘혼수자금이 필요하다’ 거나 ‘검사가 외제차를 매입하면 문제가 생기니, 대신 외제차를 리스해 달라’는 부탁을 하며 약 1억 3000만원 상당의 돈을 빌렸지만, 차일피일 핑계를 대며 돈을 갚지 않았다. 이상한 생각에 경찰서를 찾은 이씨는 A씨의 정체를 알게 되자 깜짝 놀랐다. 이씨가 지금까지 만나왔던 사람은 실존인물인 A검사의 이름을 빌린 사기꾼인 데다가, 비슷한 시기에 혼인빙자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두명이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이완식)는 혼인을 빙자해 3명의 여성피해자에게 1억 75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이모씨(34)를 23일 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 이씨는 현직 검사, 재력가 등으로 행세하며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피해자 홍모씨(24), 이모씨(28), 박모씨(31) 등 3명에게 혼수자금, 자동차 리스비 등의 명목으로 빌린 돈을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인스타그램, 하이데어 등 SNS 상 신상정보를 허위로 기재해도, 상대방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스타그램’에 여자이름으로 가짜계정을 만들어 피해자와 친분을 쌓은 후, 가짜계정을 통해 ‘소개팅’을 주선해 주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이씨는 위 사건과는 별개로 사기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세 건의 형사재판을 받는 중이다.
[유태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