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검사(56·사법연수원 16기)는 명쾌하고 깔끔한 수사 지휘로 정평이 나 있으며 두루 신망이 높다. 김 내정자가 총장이 되면 정상명 전 검찰총장(65·경북 의성) 이후 10년 만에 검찰 수장이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배출되는 셈이다.
김 내정자는 30일 “검찰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많은 시기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아직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차분하고 겸허한 자세로 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을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지를 묻자 “앞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 대통령은 금명간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게 되고 국회는 임명동의안을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연다. 다음 달 셋째 주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면 12월 1일 퇴임하는 김진태 총장(63·14기)에 이어 총장 직무를 수행한다.
◆ 총선 관리, 사정 강화, 조직 안정 고려
김 내정자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 관리와 검찰 조직의 안정, 정권 후반기 사정 강화라는 주요 임무를 수행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에 따라 차기 총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 내정자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조직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서 “동시에 세밀한 기획과 추진력 있는 수사 능력을 갖춰 집권 후반기 부정부패 사정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총장 인사 때마다 검찰 고위 간부들이 대거 퇴직하는 사태는 반복됐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직 고위급 검사들이 대거 퇴직하지 않아도 고위직 인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의 한 기수 아래 후배들인 17기 고검장들이 모두 4명인데 이들 가운데 퇴직자가 나오지 않아도 인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수원 동기인 16기는 임정혁 법무연수원장(59), 이득홍 서울고검장(53)인데 이들은 사임할 가능성도 있다. 총장의 동기들이 검찰 조직에 남아 있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연수원 17기들의 대거 이탈을 방지하면서 소폭의 검사장급 인사로 조직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 내정자는 대구 청구고 출신으로 강신명 경찰청장(51)의 고교 선배다. 같은 고교 출신이 대표적인 두 사정기관의 수장에 올랐다는 점이 특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학교 보다는 전문적 능력과 실력이 우선 검토됐다”며 “공교롭게도 경찰청장과 같은 학교 출신이라 이 점에 대한 검토도 이뤄진 게 사실이나 그건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밝혔다.
지역 안배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현웅 법무부장관(56·16기)이 호남 출신인 만큼 검찰총장은 TK(대구·경북)에서 나온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 분명하고 깔끔한 수사 지휘
김 내정자는 명쾌하고 일관되고 깔끔한 수사 지휘로 정평이 나 있다. 대변인 출신답게 적극적인 언론 대응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8월 이석기 전 의원(53)과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의 내란음모 사건을 지휘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연루된 내란음모·선동 사건은 사상 처음이었다. 이 수사로 이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징역 9년형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이후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으로 이어졌고 결국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이 해산되는 결과도 낳았다.
김 내정자는 2013년 12월 검찰 정기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돼 여러 중요 수사를 지휘했다. 특히 ‘정윤회 비선 실세설’을 촉발시킨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사건을 깔끔하게 정리해 청와대가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해석이 많았다. 당시 ‘비선 실세설’이 근거 없이 급속도로 퍼질 경우 박 대통령이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문건의 유출 경로와 가담자를 파악하고 “십상시(대통령의 측근들)나 비선실세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른바 ‘철피아(철도 마피아)’ 수사로 여당 국회의원 2명, ‘입법로비’ 수사로 야당 국회의원 3명을 기소하는 성과도 냈다.
김 내정자는 주요 수사 국면에서 대변인들 대신 직접 기자간담회에 나와 언론의 의혹 제기에 적극 대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 내정자는 평소 주변에 “(이 전 의원 내란음모·선동 사건은) 최근 몇 년 사이 검찰이 수사했던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이었다”며 “이 정도로 이례적이고 큰 사건을 국민들께 알리는데 기관장이 직접 나서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주요 수사, 청문회 쟁점으로
한편으로 김 내정자의 주요 성과인 통진당 수사와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 수사는 청문회에서 김 내정자를 괴롭히는 빌미가 될 전망이다. 통진당 수사 당시 야권을 중심으로 공안통치 논란이 거셌다. 문건 유출 의혹 수사 결과도 야당의 반발을 샀다. 당시 야당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맡춘 수사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공세를 가했다.
그러나 두 수사로 인한 논란이 심각한 변수가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두 사건 수사 결과 모두 정치적인 논란을 일으키긴 했지만 수사 절차나 이후 재판에서 위법이나 부실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기현 기자 / 김세웅 기자]
<프로필> 김수남 검찰총장 내정자는? △1959년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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