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도주한 뒤 계속 사업 흔적"…필리핀 등 동남아 투자 의혹도
"조희팔이 금융 다단계 사기로 번 범죄수익금 중 최소 1조원 이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숨겨 놓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조씨가 중국으로 도주하고 나서도 계속 사업을 한 흔적이 있습니다."( 피해자 단체 바실련 김상전 대표)
지난달 10일 중국에서 검거된 조희팔(58) 조직의 2인자 강태용(54)의 국내 송환이 지연되는 가운데 검·경이 조희팔 일당의 은닉재산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숨긴 재산 규모 등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희팔 사건 피해자 단체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바실련)는 피해자 제보, 사업 규모 등을 근거로 조씨가 국내·외에 숨겨둔 재산이 1조원 대에 육박한다고 8일 주장했습니다.
2004∼2008년 조씨와 그 측근들은 대구, 부산, 서울, 경기 등에서 BMC·엘틴·벤스밴·리브 등 유사수신업체 22곳을 운영했습니다.
끌어모은 회원 수는 4만∼5만여명이고 사기 피해금액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4조원 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다단계 업체 자금을 관리하고 사업 확장에 관여하는 등 '브레인' 역할을 한 강태용은 당시 투자자들에게 "운 좋게 조희팔 회장님을 만나 온 가족이 이 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벌고 있습니다. 월급을 수천만 원이나 받는다"고 자랑했습니다.
또 한 피해자는 "사기행각이 한창이던 무렵 경인지역 1개 센터에서만 피해자들에게 거둬들인 수익금이 하루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50억원이나 됐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조씨는 범죄가 드러날 것에 대비해 호텔, 백화점 등 부동산을 사거나 고철수입, IT, 요트 등 사업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범죄 수익금을 은닉한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검찰이 계좌 추적 등으로 지금까지 밝혀낸 조희팔 은닉자금은 1천200억원 가량입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조희팔 다단계 사기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조씨가 남긴 현금, 부동산 등 수천억원 대의 은닉자산이 아직도 전국 곳곳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바실련 관계자는 "피해자들을 구제하려면 은닉 재산의 전체 흐름을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피해자 모임 등은 조씨와 측근들이 수사망을 피해 중국으로 밀항한 뒤에도 은닉자금을 활용해 '황제 도피 생활'을 하고 각종 사업에도 참여했다는 등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바실련 측은 "'위장 사망'으로 신분을 세탁한 조희팔이 중국 남쪽 국경지대에서 동남아나 한국으로 밀입국하려 한다는 태국 교민의 제보를 받았다"며 "조씨 등이 필리핀 휴양지 리조트 사업에 100억원을 투자하고 망고농장을 인수했다는 등 제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0일 대구 동구 한 사무실에서 조희팔 조카 유모(46)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유씨 주변 사람들도 "경찰이 조희팔이 중국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한 뒤에도 유씨가 수시로 중국을 찾아 강태용에게 1천만∼3천만원씩을 받았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조희팔 다단계 사기를 설계한 조씨의 또 다른 핵심 측근 배상혁(44)씨, 전산실장 정모(52·여)씨 등을 잇따라 구속하고 은닉재산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으로 달아난 조씨와 측근 등에게서 20여억원 상당의 중국 위안화 및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받아 은닉한 혐의로 최근 조씨 아들(30·구속)과 내연녀 김모(55)씨를 검거했습니다.
이와 함께 범죄수익 은닉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주변 인물 등 10여명을 출국 금지하고, 대검 계좌추적팀 지원으로 조희팔 사건과 관련한 인물의 차명계좌 등에 전방위 추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실련 측은 검·경이 은닉재산 추적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아직 수사선상에 올라오지 않은 또 다른 조씨 주변인물 등이 은닉재산을 빼돌리면 피해 회복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실제 지난해 말 검찰은 조씨 은닉재산 추적 과정에서 조씨 측근들로 채워진 전국조희팔피해자채권단 핵심 간부들이 조씨 소유 호텔, 백화점 등 부동산과 각종 사업 투자금을 회수한 뒤 개인적으로 '돈 잔치'를 벌인 정황들을 밝혀내 법정에 세웠습니다.
경찰도 최근 구속한 전산실장 정씨 등이 자신들이 관리하던 조희팔 은닉자금 일부를 빼돌린 정황을 포착
이런 까닭에 피해자 모임은 조희팔 은닉재산 분배·관리 등을 총괄한 강태용을 하루빨리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바실련은 "지난 7년 동안 검찰과 경찰이 조희팔 사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자들이 스스로 나서 각종 증거를 수집했다"며 "피해를 하루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이른 시일 안에 강태용을 국내로 송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