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재단 이름팔아 전국 곳곳 ‘사무장 병원’

경기경찰청 2청 광역수사대는 종교법인 명의로 속칭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고, 사무장으로부터 병원 운영권까지 빼앗은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A선교회 의료사업부 이사 강모씨(50·여), 병원 사무장, 의사 등 39명을 검거해 강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사무장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A선교회란 비영리 종교재단을 만들고, 의료기관 개설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합법적으로 개정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정관 개정을 마친 이들은 2012년 5월 비의료인인 속칭 사무장들에게 서울, 경기 연천·부천, 전남 목포, 전북 고창 등 5개 지역에 병원을 개설해 주고, 개설비 명목으로 3000만~5000만 원, 법인 명의 대여료 명목으로 월 200만~500만 원을 받는 등 총 4억 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무장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28억 여원을 챙기고, 마치 병원 원장인 것처럼 환자를 진료하거나 엑스레이를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
특히 강씨 등은 법인 명의로 된 사무장 병원이 운영이 잘 안돼 명의대여료가 입금되지 않으면 ‘명의 반납’ 등의 이유로 운영권을 회수하거나, 특정 사무장 병원이 잘 되면 “재단 자금을 횡령했으나 고소하겠다”고 사무장을 협박해 운영권을 뺏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사무장 병원에서 일한 월급제 의사들은 대체로 월 1000만~1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비영리 종교재단을 악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