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 평 규모의 텃밭에 300여명의 시민들이 사랑으로 기른 채소들이 가득하다. 무, 배추, 상추 등 다양한 채소들이 먹음직스럽게 늘어서 있다. 서울시 서초구 도심속 건물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이른바 ‘도시농촌’이다. 서울시 기술농업센터는 사옥 앞 대지를 임대하여 일반 시민들에게 텃밭을 분양하고 있다. 이곳은 65세 이상을 위한 실버 농장, 세 자녀 이상을 둔 다둥이가정·다문화가정 농장으로 구성돼 있다.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직접 기른 김장용 배추와 무 등 농작물 수확에 한창이었다. 강남구 세곡동에 거주하는 황모(41·여)씨는 구청 소식지를 통해 ‘도시농업’을 처음 접했고, 작년부터 주말마다 아이들을 이끌고 이곳을 찾고 있다. 황씨는 “아이들이 평소에 채소를 싫어해서 직접 채소를 기르고 재배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면 어떨까 싶어 주말 텃밭을 찾게 됐는데, 아이들 정서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자기가 기른 채소에 대해서는 애착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금호4가동 대우아파트 옥상에도 ‘푸른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상추와 쑥갓, 오이, 고추 등 다양한 채소가 가로 60cm, 세로 80cm, 높이 25cm의 텃밭상자 250여 개에서 자라고 있다. 이 아파트 주민 박모(58·여)씨는 이 옥상텃밭에서 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도시농부’다. 박씨는 “처음 채소를 재배할 때는 키우기 쉬운 상추부터 시작했는데, 이웃들과 재배 방법을 공부하고 지식을 공유하면서 이제는 김장용 배추와 쪽파 등 다양한 채소도 수확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내 가족이 먹을 채소는 내가 직접 기른다.”
건강한 먹거리와 건전한 여가생활을 추구하는 ‘웰빙(Well-Being)’을 실천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도심 속 빈 공간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도시농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재효 서울시 기술농업센터 남부상담소장은 “식탁에 올릴 채소를 직접 수학하기 위한 사람들이나 아이들에게 채소를 기르는 경험을 시켜주기 위한 부모들이 평일 오후나 주말을 이용해 이곳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도심속 텃밭은 주로 기술농업센터 등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간에서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대우아파트 사례처럼 주민들이 아파트 옥상 등을 활용해 공동으로 텃밭을 운영하는 사례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파트 옥상텃밭은 빈 공간을 활용해 유기농 채소를 직접 기른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삭막한 도심 속에서 이웃간 소통하고 교류하는 기회를 열어주는 ‘화합의 장’이 됐다.
정 소장은 “도시농업은 단순히 채소를 직접 키우는 차원을 넘어 사람들이 함께 모여 교류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여가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우아파트의 옥상텃밭은 성동구청의 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시작됐다. 옥상텃밭은 입주민 113세대가 교류하는 소통의 장이다. 김동선 대우아파트 관리소장은 “옥상텃밭에서 입주민간 교류가 늘어나면서 우리 아파트에 공동체 문화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도시농부들이 늘어나면서 서울시도 도시농업 활성화에 팔을 겉어붙였다. 서울시는 도시농업이 시민들의 공동체 문화를 회복시키고, 고령화 사회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한 분야로 보고 정책적인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도시농업2.0 마스터플랜’계획에 따르면 시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500억원 규모 예산을 단계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 예산은 주로 도시농업 실천 공간을 확보하고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을 위해
■ <용어 설명>
▷ 도시농업 : 도시나 도시 근교에서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고 생활환경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활동을 말한다.
[서태욱 기자 / 박윤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