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메르스 환자인 김 씨가 격리돼있는 서울대병원 음압실 진입로. 부인인 배 씨는 매일 두터운 방진복을 입고이곳을 거쳐 격리돼있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 배 씨는 음압실 안으로 들어가는 4개의 문을 지날 때마다 “기적을 기도한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
김 씨를 더욱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암세포’다. 메르스를 치료하는 동안 미룰 수밖에 없었던 림프종(혈액암의 일종)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고만 있다. 하지만 음압실에 격리조치돼 있어 지속적인 제대로 된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림프종 검사 기계가 전혀 구비돼있지 않은 음압실 밖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지난 8월 병원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전염력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김 씨가 아직까지 서울대병원 음압실에 격리조치 돼있는 것이다. 왜 전염력이 없는 환자가 음압실 속에 갇혀 죽어가고 있는 것일까. 매일경제는 지난 13일 김 씨의 부인인 배 씨를 병원에서 만나 사정을 들어보았다.
“전염력이 없는데 왜 격리해제를 안 해주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갰다. 병원은 공권력이 없어 격리해제를 못한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수개월간 전화조차 피하고 있다. 두 기관 모두 남편의 전염력은 전혀 없다고 지난 8월부터 말하고 있다. 모순의 극치다” 배 씨의 설명이다.
지난 5월 메르스에 감염된 김 씨는 그로부터 메르스 진단에서 양성과 음성을 오가는 특이한 패턴을 보여왔다. 지난 10월 초 24시간 간격으로 연속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가 해제됐으나, 이후 고열이 재발생했다는 이유로 병원은 또다시 김 씨를 음압실에 격리시켰다. 이는 림프종 병세가 더욱 악화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75kg의 건장한 체구를 지녔던 그는 불과 한달 만에 59kg으로 줄었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인해 피부는 검게 변색됐다. 배 씨는 “하루는 급성 출혈로 비장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나 CT조차 찍지 못했다”며 “CT를 찍으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병원 측에서 격리조치돼있는 메르스 환자는 음압실 밖을 나갈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암환자들이 늘상 하는 PET, CT, MRI 검사를 못 받고 있고, 그저 데메롤(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억제할 뿐”이라는 게 배 씨의 설명이다.
배 씨에 따르면 남편은 ‘죽어가고’ 있다. 혼자서 소변을 보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침상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심박동수가 150이 넘는다고 했다. 회진조차 잘 들어오지 않는 교수의 전화가 걸려오면 침상 옆 수화기까지 몸을 힘겹게 이동하는 사이 전화가 끊긴다고 했다. 그나마 간호사 출신인 배 씨가 직장일을 뒤로 하고 하루 두 번씩 남편의 간병을 하고 있다. 이외 가족들은 환자를 면회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살배기 아들은 “아빠는 언제와? 주사 다 맞으면 오는거야?”라고 매일같이 물어보고 있다. 배 씨는 “(음압실 입장시 착용해야 하는) 두꺼운 장갑 때문에 죽을 고비를 맞고 있는 남편의 손조차 못잡아주고 있다”고 말하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다.
배 씨가 가장 용인하기 힘든 것은 질병관리본부의 태도다. 환자가 전염성이 없다는 게 확실하다면서도 메르스 음성 판정이 이따금씩 나온다는 이유로 질병관리본부가 격리해제를 안 시켜주고 있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는 것이다.
배
[연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