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파견법·기간제법 등 비정규직 쟁점에 대한 검토안을 내놨다. 노사간 대립각이 좁혀지지 못하면서 기대했던 합의문 도출에 실패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노사가 이상주의에 빠져 비정규직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주말 사이에는 서울 시내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여전히 노동개혁을 두고 근거없는 여론 호도가 지속됐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갈등만을 촉발할 뿐이다.
이제 국회에서 노사정위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노동개혁 5대 법안에 대한 본격 논의가 시작된다. 노사정위 전문가그룹은 정부안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공익적 관점에서 노사정위 전문가그룹이 내놓은 공익안이 국회심의 과정에서 적극 반영될 필요가 있다.
파견 규제는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 중의 하나다.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타협으로 탄생한 파견규제는 그후 17년간 줄곧 논란을 이어왔다. 파견규제가 처음 생겼던 당시 파견허용 업종은 26개 직무에 한정하고 허용기간도 2년으로 제약했다. 엄격한 규제 탓에 용역·하도급 등 간접고용이 더 늘었고, 불법파견 시비가 산업현장에서 끊이지 않았다.
파견을 엄격히 규제하면 직접고용이 늘어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정규직 직접고용이 기간제·파견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용역·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고용구조 악화가 심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이 파견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도 노동유연성과 일자리 창출에 윤활유로 작용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장 열악한 일자리를 중간 수준의 일자리로 편입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나마 파견 근로자들은 법적인 보호 테두리 내에 있다. 용역근로자에 비해 임금도 10%이상 높고 사회보험 적용 측면에서 월등히 양호하다.
일할 기회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파견범위 확대에 대한 시각을 달리 해야 한다. 특히 55세 이상 장년은 직접고용 가능성은 낮은데 파견범위까지 협소하니 용역근로자나 자영업자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고소득 전문직도 마찬가지다. 고임금을 받을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 기업들이 고임금을 지급하면서 고용보장까지 해야 하니 기업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전문직 인력수요에 따른 탄력적 근무방식은 기업의 부담도 줄이고, 고소득 전문직의 일할 기회도 늘릴 수 있다.
인력난이 심각한 ‘뿌리산업’도 파견규제 완화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용접 등 제조업의 핵심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한 국가산업의 기반임에도 인력난이 심각하다. 주문량 변동폭이 커서 상시고용에도 곤란을 겪는다.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 확대는 일할기회를 늘리고, 기업의 탄력적 인력운영도 지원할 수 있다.
이번 여당 입법안에는 빠져 있지만, 파견기간도 더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파견을 흑백논리로 보는 구시대적 시각을 바꿔야 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