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를 보여주는 위성사진 두 장. 해수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이 진하게 나타난다. 올해 7월(오른쪽) 해수 온도는 역대 가장 강한 엘니뇨가 발생한 1997년 7월(왼쪽)만큼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 = 미국립해양대기청] |
세계기상기구(WMO)는 16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10월 들어 평년보다 2.6도 가량 높은 강한 엘니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올 겨울 엘니뇨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종성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난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약 3도 높은 강한 엘니뇨가 나타났다”며 “일반적으로 엘니뇨 현상이 가장 강력해지는 12월이 되면 1997년 이후 가장 강한 엘니뇨가 한반도에 들이닥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순일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작년부터 엘니뇨의 에너지가 누적됐다가 올해 표출되면서 슈퍼 엘니뇨로 커진 것”이라며 “이번 엘니뇨는 내년 봄까지 우리나라 기후에 다양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기상이변도 엘니뇨 영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국 교수는 “최근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은 엘니뇨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엘니뇨로 인해 12월 초까지 기온이 평년보다 따뜻하고 비가 자주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보름 동안 전국에 내린 비는 평균 80mm로 1989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많았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했던 지난 1997년과 1982년 11월에도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2~3배 많았다. 사라진 수능한파 역시 엘니뇨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수능일이었던 지난 12일은 21도(서울 낮기온 기준)로 지난 99년(영하 5.3도)과는 무려 26도나 온도 차이가 났다.
올해 12월 하순부터는 폭설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한파가 동아시아까지 내려오면서 슈퍼 엘니뇨와 빈번히 부딪히면서 잦은 폭설을 야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 교수는 “슈퍼 엘니뇨와 북극 한파의 대결은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두 거인의 싸움”이라며 “북극 한파의 힘이 더욱 세다면 이르면 12월 하순부터 잦은 폭설이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이번 슈퍼 엘리뇨 못지 않게 북극 온난화도 약 20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2월까지는 폭설이 잦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 교수도 “슈퍼 엘니뇨와 북극 한파의 여파로 12월부터 2월까지 폭설이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엘니뇨 현상에 따른 기상이변은 농산물 등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국내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국 교수는 “엘리뇨는 이상 기후의 주범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한파가 가뭄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올 겨울 엘니뇨에 따른 기상이변에 떨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겨울철 호주·동남아시아·인도·아프리카 지역에서는 가뭄이, 동태평양에 인접한 중남미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나타난다. 동태평양 해수면이 올라가 대기의 순환을 바꾸면서 전 세계에 이변을 일으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엘니뇨가 생전 처음 겪어보는 방식으로 기상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는 세계 각국에서 식수부족, 식량불안정, 질병 등을 일으켜 우리의 삶과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슈퍼 엘니뇨로 인해 “세계 식량가격이 공급부족으로 최근 3년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며 식탁물가 상승을 예고했다.
엘니뇨가 강해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일찌감치 폭설에 대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3월15일까지를 ‘제설 대책기간’으로 설정해 본격적인 폭설 대책에 나섰다.
서울시도 내년 3월15일까지 폭설에 대비해 24시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한다.
■ <용어 설명>
▷ 엘니뇨 : 스페인어로 ‘아기 예수’라는 뜻으로 남아메리카 페루 서부 열대 해상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 지역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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