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라는 괴물의 어두운 심연을 과학의 빛이 선명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2007년 대전고법 형사1부가 특수강도강간 피고인에 대해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PCL-R·Psychopathy Checklist-Revised) 검사를 처음 적용한 이후 지난 8년 간 PCL-R을 형사 재판에 활용하는 횟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매일경제신문 법조전문섹션 레이더L이 2008년부터 이달 13일까지 전국 법원의 1심 형사 단독·합의사건 판결문을 전수 분석한 결과 2008년 3건이던 PCL-R 활용 건 수는 지난해 672건으로 224배 증가했다. 올해엔 이달 13일까지 모두 517건의 형사 단독·합의사건에서 PCL-R 검사를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팔달산 토막살인범 박춘풍(56), 잔인한 시신훼손으로 ‘인육매매’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오원춘 씨(45) 등 경악을 금치 못할 엽기적인 강력 범죄가 세간에 큰 충격을 줘 이들의 반사회적 성격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폭증한 탓으로 분석됐다.
특히 최근엔 외국의 경우처럼 보호관찰 처분, 성범죄 전과자의 전자발찌 착용 판단 등 형사사법 절차 전반에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고법 재직 때 이 검사를 처음 도입한 김상준 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15기)는 “강력범죄 피의자나 피고인의 범행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거나 양형을 결정할 때 PCL-R 검사 결과의 신뢰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현 서울고법 형사5부 재판장인 김 부장판사는 자신이 항소심 재판을 맡은 박춘풍 피고인에게 뇌과학 진단 기법을 적용하기로 하고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뇌과학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해 16일 감정을 마쳤다. 뇌과학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 기법으로 박 씨가 사이코패스인지를 감별했다. 이 기법은 피검사자의 특정 질문이나 사진에 대해 뇌 안에서 활성화되는 혈류
김오수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52·20기)은 “뇌과학 연구가 대검 과학수사부가 제공하는 범죄심리분석 기법과 결합할 경우 사이코패스 등 반사회적 범죄자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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