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를 표방해 7000억원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 자금을 불법적으로 모집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의 대표와 경영진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박찬호 부장검사)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이모(49)씨와 경영지원 부사장 범모(45)씨를 자본시장법 위반(미인가 영업행위),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 회사 영업부문 부사장인 박모(48)씨는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업체는 강남 일대에서 유력 ‘투자회사’로 알려져 있었으나 실체는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업체였다. 상장하기 전 단계인 벤처 회사에 투자하면 원금이 보장되면서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투자금을 끌어모아 고액의 수수료를 챙겼다. 투자에서 성과가 나지 않자 새로운 투자자들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VIK의 불법적인 투자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과 전직 회사 관계자 등 117명의 고소장을 접수해 지난 6월부터 관련 수사를 진행해왔다. 지난 9월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VIK 사무실과 이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 조사 결과 VIK는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인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산운용행위를 했다. 주로 투자위험이 큰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면서도 “첨단 금융기법을 활용해 원금이 보장되면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전한 투자”라며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면 6개월, 길면 2년 6개월간 투자로 (증시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EXIT)가 가능하며 100%에서 150% 가량 수익이 예상된다”는 식으로 홍보했다. 원금보장과 확정 수익을 보장하거나 그렇게 오인하도록 만들어 투자금을 받는 행위는 불법에 해당한다.
지난 2011년 설립된 신생 회사인 VIK는 투자금 모집 실적에 따라 고액의 수당을 지급하는 식으로 강남 일대 보험모집인을 대거 끌어들였다. 총 3000여명으로 이뤄진 단계식 영업조직을 구축해 총 8만명으로부터 투자금 7000억원 가량을 흡수했다. 이씨 등은 영업사원들이 투자금을 유치해오면 투자금의 20%를 ‘관리보수’ 명목으로 떼어 영업사원과 임원들의 수당으로 지급했다. 또한, 매주 금요일에는 모집 금액에 따라 일정 비율의 수당을 지급하는 ‘성과급 파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문이 퍼지면서 강남 일대 보험모집인들이 VIK로 몰리고 이들이 계속 투자금이 끌어들이면서 2013년부터 불법 유사수신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이런식으로 모은 돈으로 60여개에 달하는 장외주식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1개 종목은 실제 상장에 성공했지만 나머지 종목들은 회사측의 설명과는 달리 여전히 장외주식 상태로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이씨 등은 장외주식 투자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기존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날짜에 투자금과 이자를 지급하기 어렵게 되자 새로운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받아 기존 투자자들에게 지급했다. 검찰은 VIK가 모집한 투자금 가운데 2000억원을 이처럼 ‘돌려막기’ 로 쓴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 등은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돌려막기에 쓰면서 동의를 받거나 설명, 사후고지 등을 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VIK측은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던 벤처투자와 비상장주식 투자 기회를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제공하면서, 벤처회사들에게는 자금을 공급하는 정당한 금융회사의 역할을 했다”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선진 금융업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법률상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은 “VIK가 투자위험이 높은 투자를 하면서 법망을 피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인허가를 받지 않는 수법을 썼다”이라며 “첨단 금융투자회사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불법 유사수신 업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회사 내에 장외주식 종목을 발굴하는 조직이 있었지만, 증권투자상담사 등 기본적인 자격증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불법 유사수신과 돌려막기 등으로 투자자산이 부실해져가는 가운데서도 회사 대표 이씨와 일부 임직원들은 고액의 연봉과 투자수수료를 받아챙겼다. 구속된 이씨는 연봉으로 10억원 이상씩을 가져갔다. 고급 호텔에 거주하면서 고급 외제차량를 수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회사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구속되는 등 회사가 영업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투자자들은 발이 묶인 상태다. VIK측은 현재 투자하고 있는 장외주식 중 일부가 상장되면 되면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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