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증권시장을 강타한 11·11 옵션쇼크의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도이치증권 측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피해를 본 금융사와 도이치증권 사이에 화해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법원 판단이 나온 건 민·형사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오영준)는 개인투자자 배 모씨와 정 모씨가 도이치증권과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청구액의 일부만 손해액으로 인정해 “회사가 배씨와 정씨에게 각각 12억2000여만원과 2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26일 판결했다. 같은 사건으로 피해를 본 국민은행이 “7억1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는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도이치은행에 부당한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홍콩 도이치증권의 외국인 직원 3명과 한국 도이치은행 박 모 상무가 2조4400억원대 물량을 한꺼번에 매도해 시세조종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코스피200주가지수를 급락시키려 한 의도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또 “손해액은 시세조종이 없었다면 장 마감 당시 형성됐을 정상주가지수를 252.55포인트로 보고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옵션쇼크 사건에 밝은 한 변호사는 “이 재판부에 다른 피해자가 낸 소송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사실관계와 손해액 산정 기준은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직원 3명과 박 상무는 2011년 8월 풋옵션을 사들인 뒤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트려 448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됐다. 그러나 외국인 피고인들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아 재판이 4년 넘게 이어져왔고,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 선고도 지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1일과 25일 KB금융 등 5개 보험사가 낸 340억여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청구액의 80%, 하나금융투자 등이 낸 898억원대 소송에서 청구액의 68%를 인정하는 화해권고안을 확정했다.
[정주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