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에 건립 중인 98세대 규모의 A 아파트. 올해 초 분양에 들어간 이 아파트는 현재 5개월 가까이 공사가 중단됐다. 이 아파트 건설업체 사주인 황모(44)씨가 금융기관 3곳에서 261억원을 불법 대출받아 아파트를 건립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기 때문이다.
황씨는 이들 금융기관 임직원과 짜고 불법 대출을 받아 건설사를 설립하고 A 아파트를 비롯해 5개 아파트를 세우고자 했다. 황씨가 구속되면서 이들 아파트 건설이 모두 중단됐고, 분양을 신청한 주민과 하청을 맡아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황씨가 아파트를 건립한 비용은 모두 개인 재산이 아닌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불법 대출금이었다. 황씨는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뇌물을 건네고 불법 대출을 받아 아파트 건설을 추진했다. 황씨는 이 돈으로 330㎡ 규모의 고급주택에 거주하고 최고급 외제승용차를 운행하며 호화 생활을 즐겼다.
황씨가 쌈짓돈처럼 쓴 대출금을 내주기 위해 금융기관 임직원들은 온갖 불법을 동원했다. 황씨와 명의상 차주의 신용이나 채무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고 대출한도도 조작했다. 담보로 맡긴 부동산의 시세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아 실제 가치보다 크게 부풀린 허위 감정평가서와 시세확인서를 만들었다. 근저당권이 설정됐거나 신용평가에서 재심사 판정을 받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연대보증 등을 통해 불법으로 대출을 내줬다.
이들 임직원은 불법 대출을 대가로 황씨로부터 현금 수억원을 받았으며, 소유한 모텔이나 주택을 황씨에게 팔아 이득을 챙겼다. 황씨에게 자동차 보험료 등을 대납하게 하고 부하 직원들의 운동복 구입 대금, 골프장 예약까지 맡겼다.
금융기관 임직원과 대출자의 이 같은 ‘대출 장사’는 결국 부실로 이어졌고, 가장 많은 불법 대출(341억원)이 이뤄진 광주의 한 신협은 지난 6월 부실화로 다른 신협에 흡수·합병되기에 이르렀다.
이 신협의 당시 총자산은 362억원으로 황씨 등 4명에게 대출해준 341억원 가운데 224억원이 여전히 상환되지 않은 채 부실채권으로 남았다. 부실채권은 합병된 신협으로 넘겨졌고, 부실의 책임은 결국 일반 예금자의 부담으로 떠넘겨졌다.
광주지검은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불법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 임직원, 대출자 등 8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지명 수배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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