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한미약품 미공개정보이용’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검찰은 한미약품의 신약 기술 수출 정보를 이용해 대규모 시세차익을 얻은 내부 직원과 이 정보를 받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등에 전달한 애널리스트를 적발해 사법 처리했다. 기관투자자들이 이 애널리스트에게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매매에 활용해 얻은 이익금이 2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검사 이진동)는 한미약품 연구원 노모(27)씨와 M자산운용 애널리스트(전 H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인 양모(30)씨를 자본시장법 위반(미공개 주요정보 이용)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노씨로부터 정보를 받아 주식에 투자한 대학동기 이모(27)씨는 벌금 7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한미약품 주가는 올해 초 10만원 초반에 불과했지만 지난 3월 중순 다국적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에 7800억원 규모 기술 수출 계약 체결 소식을 공시하자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올라 지난 7월 말에는 장중 60만원을 넘어섰고, 12월에는 주당 73만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제약회사 직원인 노씨와 증권사에서 제약업종 분석을 담당했던 양씨는 서울 명문 S대 약학대학 출신 선후배 사이로 가깝게 지내면서 관련 정보를 주고받아 부당이득을 챙겼다. 한미약품 기술수출 계약 작업에 관여했던 노씨는 회사 측에서 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하지 말도록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로 8700만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 노씨는 또한 이 정보를 대학동기인 이씨와 노씨의 부모님에게 전달해 2억1900만원 규모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노씨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은 양씨는 개인적으로 한미약품 주식을 매매해 1억4700만원어치 부당이득을 얻었다. 양시는 이 정보를 지인 4명과 10개 금융기관 펀드매니저들에게 전달했다. 양씨의 지인들과 금융기관이 양씨로부터 받은 정보로 주식을 취득해 얻은 부당이득 규모가 261억원인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양씨가 관련 정보를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등 기관투자자에게도 전달하면서 부당이득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졌다”라며 “통상적으로 펀드매니저들의 투표가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양씨는 한미약품 미공개정보를 펀드매니저들에게 귀띔해 실적을 낼 수 있게 해줌으로써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데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H투자증권 애널리스트였던 양씨는 범행 시점 이후 연봉 10% 인상 제안을 받고 M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미약품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기관투자자 10곳과 지인 4명 등은 불법 이익을 얻었지만 실제 사법처리 되지는 않았다. 이들이 양씨(1차 정보수령자)로부터 정보를 받은 2차정보 수령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은 1차정보제공자와 마찬가지로 2차 정보 수령자까지 사법 처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한미약품 미공개정보이용 행위가 발생한 시점이 지난 3
검찰 관계자는 “한미약품 미공개정보가 광범위하게 퍼져 다수가 부당이득을 얻은 실체를 확인했지만 자본시장법 개정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 모두 사법 처리하지는 못했다”며 “앞으로 자본시장의 불신을 초래하는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를 적극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