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회장 징역2년6개월 실형 `설마하던 재계 충격`

이재현 CJ그룹 회장(55)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CJ그룹을 비롯해 재계는 충격에 빠졌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15일 1600억원대 배임·횡령·조세포탈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2년 6월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즉각 “대법원에 재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현재 ‘사르코 마리 투스’라는 유전병 등으로 투병생활을 하며 구속집행정지를 연장(내년 3월 21일)하고 있어 이날 법정구속은 면했다. 이 회장은 여러 차례 구속집행정지를 연장한 탓에 실제 수감 기간은 107일에 불과하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많은 고민 끝에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대기업 총수로서 자신의 개인적인 재산을 불리기 위해 거액의 조세포탈과 회사 자금 횡령·배임 등을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가해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기업 범죄가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재발을 방지하고 진정한 민주적인 경제발전에 이르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2007년 1월 이 회장이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CJ재팬 배임 혐의에 대해 “(손해액 특정을 전제로 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 유죄 부분이 줄어든 점을 반영해 일부 감형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10일 대법원은 “CJ재팬이 연대보증을 섰을 때 주채무자 팬재팬에게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있었는데도 대출금 전액을 팬재팬의 이득액이자 CJ재팬의 손해로 본 것은 잘못됐다”며 징역 3년이 선고된 이 회장의 배임 혐의를 파기하고 다시 판단하라고 선고했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이 회장은 이날 선고가 끝난 뒤에도 10여 분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앉아 있다 직원들의 도움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CJ그룹 측은 이날 “(이 회장이) 수형 생활이 불가능한 건강상태임에도 실형이 선고돼 막막하고 참담하다”며 “그룹도 경영차질 장기화에 따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회장에 판결로 주요한 배임 관련 유죄 판례 한 가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배임 전문 변호사들은 “이 회장의 배임 혐의는 기업 대주주가 회사 자산을 담보로 대출 등을 받아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같은 행위를 배임으로 형사처벌하는 판례는 흔들린 적이 없고 이번에 재확인된 셈”이라고 밝혔다.
[전지현 기자 /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