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1일 발표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는 김수남(56·사법연수원 16기) 총장 체제로 새 출발을 하는 검찰이 내년 선거를 의식해 최대한 중립성을 확보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택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서울 출신인 이영렬 대구지검장이 임명됐고, 역시 서울 출신인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대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검 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모두 TK(대구·경북) 출신이었던 김진태 전 총장 때와는 지역 구도가 180도 달라진 셈이다.
또 연수원 18기가 주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고검장 자리 6곳은 절반인 3곳이 연수원 19기 인사들로 채워진 점이 눈에 띈다. 검찰 고위직이 그만큼 젊어진 것이다.
‘검찰의 별’로 여겨지는 검사장 신규 승진도 애초 10명을 밑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연수원 21∼22기 11명이 대거 발탁됐다.
연수원 기수보다는 성과 중심의 평가를 적용,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고검장 승진 대상자는 총 6명이다. 공석이던 자리 4곳과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과 조성욱 전 대전고검장 등 17기 고검장 2명이 떠난 빈자리를 이번 인사에서 충원했다.
고검장 승진 발령은 통상 떠난 인사들보다 한 기수 아래로 대부분을 채우고 두 기수 아래로는 1∼2명가량을 채우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관측이 많다.
올해 초 고검장 승진에서도 ‘두 기수 아래’에 해당하는 18기 중에 발탁된 인사는 김주현 법무부 차관 1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검장 승진 대상자 6명 중에서 18기 대 19기의 비율을 3대 3으로 맞췄다. 승진 대상자의 절반을 ‘후배 기수’에 할애한 셈이다.
18기 고검장 승진자는 이영렬(57) 현 대구지검장과 오세인(50) 서울남부지검장, 문무일(54) 대전지검장으로 그치고, 19기에서 윤갑근(51) 대검 반부패부장, 이창재(50) 서울북부지검장, 김강욱(57) 의정부지검장 등 3명을 끌어올렸다.
연수원 19기는 우병우(58) 청와대 민정수석의 동기다. 이들이 고검장급에 3명이나 포진하면서 검찰과 청와대 사이의 긴밀한 협조관계가 구축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뒤따른다.
신규 검사장 승진 역시 커졌다. 고검장 승진 인사에서 쇄신을 단행하면서 승진 탈락자가 더 많아졌고 이들이 용퇴하면서 검사장 승진 폭이 덩달아 늘어났다.
검사장 승진 대상자 11명도 21기보다는 22기 위주로 채워졌다. 21기 승진자는 송인택(52) 서울고검 송무부장과 이석환(51) 서울고검 감찰부장, 장호중(48) 수원지검 안산지청장, 최종원(49)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등 4명이다.
반면 22기 승진자는 7명이다. 차경환(46) 법무부 인권국장과 서울중앙지검 이상호(48) 2차장 및 최윤수(48) 3차장, 양부남(54) 수원지검 1차장, 권익환(48)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김영대(52) 대구지검 1차장, 김우현(48) 부산지검 1차장 등이다.
법무부는 “검사장 승진자 선정 과정에서는 업무 성과나 각종 평가 자료, 국가관 및 지휘 역량, 검찰 안팎의 신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균형 있게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안배를 고려한 흔적도 보인다.
고검장 승진 대상자 중에도 TK 출신 인사는 김강욱 현 의정부지검장에 그쳤다. 오히려 이영렬 대구지검장·이창재 서울북부지검장 등 서울 출생이 2명이고 광주 출신인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호남 인사로 승진 대상자에 포함됐다.
이밖에도 오세인(강원 양양) 서울남부지검장과 윤갑근(충북 청주) 대검 반부패부장도 고검장에 올라 승진자들이 출신지별로 고르게 퍼져
반면 부산·경남(PK) 출신의 고검장 승진자가 없다는 점에서 PK 지역이 소외된 게 아니냐는 일각의 해석도 있다.
더구나 김경수(경남 진주) 전 대구고검장과 조성욱(부산) 전 대전고검장의 용퇴로 고검장급 자리 9자리 중에는 PK 인사가 아무도 없게 됐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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