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를 목 졸라 살해한 후 사체를 토막내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은 박춘풍(57)의 양측 전두엽에 뇌 손상에 따른 장애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 심리로 22일 열린 재판에는 박춘풍의 뇌영상을 감정한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정신과 전문의)가 법정에 나와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피고인의 전두엽 부위 뇌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며 “뇌진탕후 증후군 양상과 기질성인격장애, 우울증상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 여부에 관해서는 “다면평가 결과 반사회성 인격장애나 사이코패스로는 진단되지 않았다”며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하는 능력은 정상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박춘풍과 교육 수준 등이 비슷한 재중동포의 뇌영상을 ‘정상대조군’으로 두고 뇌영상을 비교해 설명했다. 박춘풍 뇌의 3D 입체 영상은 정상 뇌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눈과 맞닿은 뇌의 앞쪽 부위인 안와전두엽은 마모된 듯 남아있지 않았다. 뇌 혈류량을 측정한 영상에서도 정상 뇌는 전체 부위가 활성화돼 붉게 표현된 반면 박춘풍의 뇌는 전두엽 부위가 파랗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피고인의 전두엽 혈류량은 0에 가까우며, ‘연화’가 일어나 이 부위가 액체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뇌영상 감정은 박춘풍 측이 “어렸을 때 끼운 오른쪽 눈 의안 탓에 뇌에 손상을 입어 범행 당시 충동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뤄졌다. 재판부는 국내 최초로 사이코패스 진단에 뇌영상 감정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1월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에서 감정을 진행했다.
그 주장대로 안와전두엽에 손상은 발견됐지만, 김 교수는 “뇌 손상의 원인은 영상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박춘풍은 어렸을 때 오른쪽 눈에 유리가 박힌 병력 외에도, 2011년과 2013년 사고로 머리를 다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에 따르면 그는 4년 전 공사장에서 일하다 2층 높이에서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다쳐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적이 있고, 2013년에도 교통사고로 차 앞 유리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잠시 의식을 잃었다. 김 교수는 “뇌내 출혈이 있었던 사실은 이번 감정 과정에서도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살인범의 뇌영상 감정 결과를 양형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재판부 판단에 달려있다. 우리 법원은 사이코패스에 대해선 재범 우려 등을 고려해 가중처벌 대상으로 본다. 이번 감정 결과는 사이코패스와는 선을 그으면서도 피고인의 뇌 손상과 인지·행동 및 정신장애 사이에는 25% 정도의 연관성이 있다고 봤다. 앞서 지난 6월 1심 재판부는 “
이날 감정 결과 설명을 끝으로 박춘풍에 대한 항소심 심리는 마무리됐다. 선고공판은 2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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