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 학생 75명 등 안산 단원고 학생 86명이 12일 정든 교정을 떠났다.
세월호 사고로 250명이 목숨을 잃지 않았다면 더 없이 즐거웠을 이날 졸업식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식은 오전 10시 30분 개식사를 시작으로 국민의례, 학사보고, 스승에 대한 꽃다발 증정, 졸업장 수여, 재학생 송사, 졸업생 답사, 내빈 축사, 학교장 회고사, 교가 제창순으로 진행됐다.
2학년 학생회장의 재학생 송사, 3학년 학생회장의 졸업생 답사가 이어질 땐 다소 눈시울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식 내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졸업식에 참석했던 안산시 세월호지원단 관계자는 “민감한 부분이라 그런지 세월호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면서 “시종일관 차분하고 덤덤한 분위기속에서 졸업식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졸업식을 마치고 나온 졸업생들은 “먼저 간 친구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고, 후배들은 “한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다. 평생 기억하며 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졸업식은 외부인사와 언론사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채 졸업생과 가족, 재학생만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학교측은 당초 세월호 희생학생들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할 예정이었으나 유가족 측이 “실종자 9명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면 열겠다”고 밝혀 무산됐다.
일부 유가족은 안산합동분향소에서 헌화 분향을 한 뒤 단원고를 찾아 자녀가 사용했던 책상 등을 어루만지며 울음을 삼키기도 했다.
앞서 4·16가족협의회는 ‘4·16가족협의회 희생 학생·교사의 엄마·아빠들’ 명의로 “지난 637일 동안 참으로 서럽고 고통스러웠던 길을 잘 걸어와줘서 고맙다. 별이 된 아이들, 선생님들과 우리 엄마·아빠들이 함께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고 축복한다”고 졸업생을 응원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의 한 아버지는 “세월호 사건 이후 아이들의 심적인 고통이 크다. 죄가 있다면 어른에게 있지 아이들에게 있겠느냐”면서 “아픔을 겪은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격려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뇌종양 투병을 하다 지난해 6월 숨진 박진수 군(사망 당시 19세)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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