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을 둘러싼 노·정 갈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내어 줄 것은 다 내어준’ 경영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9·15 노사정대타협에서 노사정 가운데 가장 불이익을 받았다는 게 경영계 안팎의 인식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한국노총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방향전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경영계 안팎에서는 노동개혁의 본질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18일 “노동개혁의 근본적인 취지는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자는 것에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논외로 벗어났고, 사회 안전망만 강화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9·15 노사정대타협의 기본적인 취지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해온 노동개혁 5대 법안은 근로기준법, 산재보험법, 고용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이다. 근로기준법에 담기는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관련 사안은 그동안의 불확실성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는 기업입장에서 이득이 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기업의 부담이 확대된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산재보험법·고용보험법 등 사회안전망 확충과 관련한 내용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비용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나머지 기간제법, 파견법 등이 산업환경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법안들이다. 기간제법은 노동계의 반발에 중장기과제로 돌린 상태다. 파견법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부 수정안을 내놓을 것을 시사한 가운데 국회에서 여야간 논의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추가로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가운데 노동개혁의 ‘핵심’으로 꼽힌 2대 지침까지 한국노총의 반발 탓에 근본적인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상태다. 경영계는 지난해 12월 30일 정부가 내놓은 근로계약해지·취업규칙변경 등 2대 지침의 정부 기초안에 대해 “지나치게 경직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근로계약해지 관련해서는 기존의 법과 판례를 바탕으로 했는데, 모든 적용기준을 충족해야 근로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며 “취업규칙 변경 또한 지나치게 형식적인 절차에 얽매였다. 두 가지 지침 모두 기업을 고민하게 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같은 시각은 정부 안팎에서도 제기되는 상태다. 노동개혁은 현재 노동시장의 이동성이 떨어지고 근로자간·기업간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측면에서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됐다. 이는 9·15 노사정대타협 합의문 전문에도 반영돼 있다. 노사정은 대타협 합의문 전문에 “노동시장 기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을 노사정 논의의 틀 안에 넣으려 하다보니 관련 논의가 본래의 취지와 맞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가 처음부터 노동계에 많은 양보를 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경영계 관계자는 “통상임금과 정년연장 등을 이미 노동계가 확보한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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