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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총의 노사정 합의 번복 ‘그 뒤엔 지도부 계파갈등’

기사입력 2016-01-1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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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이 내부적인 입장정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도부가 계파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방적으로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뒤집은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중집)가 노사정위 탈퇴 여부를 표결로 붙이지 않은 이유가 내부적인 입장차가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의 ‘주류’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운수물류총연맹이 노사정대타협 유지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표결에 붙였다간 노사정대타협을 파기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위원장에 권한을 위임하는 ‘비정상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논의 중단을 선언한 표면적인 명분은 근로계약해지·취업규칙변경 등 2대 지침을 정부가 강행한 것에 있다. 하지만 내년 1월 차기 위원장 선거가 있는 만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내부 문제를 둘러싼 계파 셈법에 신경을 쓴 결과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한국노총 결정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총의 전체 조합원 수는 지난 2014년 기준 약 84만명이다. 이 가운데 금속노련 소속 조합원이 13만 6200명, 금융노조 소속 조합원이 10만 2000명, 화학노련 소속 조합원이 6만 8300명, 공공연맹 소속 조합원이 4만 3300명 수준이다. 특히 운수물류총연맹 소속인 자동차노련(8만 4700명), 항운노련(2만 1000명), 해상노련(1만 3800명)도 규모가 만만치 않다.
한국노총 내 계파 간 갈등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최근 계속해서 위원장을 내고 있는 금융노조와 운수물류총연맹·금속노련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 등은 위원장 선거를 둘러싸고 합종 연횡을 반복해 왔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특히 2대 지침에 대해 초기부터 반발했던 산별노조는 강경파인 금속노련과 화학노련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곳들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서 이들 제조업 기반 근로자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강성으로 분류되는 공공연맹 또한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논의에 참여할 때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지난 9·15 노사정대타협 직후에도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고, 대타협 파기를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도 진행했다.
하지만 자동차노련, 항운노련, 해상노련 등 운수물류총연맹 소속 산별노조는 노사정대타협 유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11월 자동차노련은 노동개혁 5대 법안 가운데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기간제법안에 “선박, 철도, 항공기, 자동차를 이용해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 중 생명·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된 업무에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선박 등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에서 생명과 안전업무에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으니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는 것이다. 이런 시국에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를 파기하면 기간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동력을 잃는다는 우려가 배경에 깔렸다. 류근중 자동차노련 위원장은 “8만명이 넘는 연맹 조합원이 합의 파기를 반대하는데 시민단체가 요구한다고 합의를 파기하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비록 정부가 노동계의 반발에 밀려 기간제법을 중장기과제로 돌리긴 했지만, 이들 운수물류총연맹 소속 노조는 여전히 노사정 합의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정위 주변 관계자는 “지난 11일 한국노총 중집에서 난상토론 끝에 표결로 마무리짓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내부분열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며 “표결로 가면 오히려 노사정합의를 유지하자는 표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중도성향’으로 분류됐던 금융노조가 강경파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한국노총의 파행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노조는 김동만 위원장의 출신 노조이자 가장 큰 지원 세력이었지만, 금융노조가 등을 돌리면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9·15 노사정대타협에 합의할 당시까지만 해도 금융노조는 김 위원장에게 신뢰를 보냈고, 김 위원장은 이를 바탕으로 반대파에 속하던 금속노련, 화학노련, 공공노련에 대한 설득작업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연말부터 기류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도입, 금융공기업의 임금인상 요구 등이 계기였다.
노동계 관계자는 “대타협 당시 찬성입장이었던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금융공기업 임금인상 등 이슈가 불거지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작업을 전체적으로 모두 부정하기 시작했다”며 “김 위원장도 금융이 등을 돌리면서 더 이상 설득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

다.
또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노사정대타협이 이뤄질 당시에만 해도 김 위원장이 리더십을 잘 발휘했지만, 금융노조가 반대입장으로 선회하면서 2대 지침 논의를 무기한 연기하자는 무리한 제안까지 나오게 됐다”며 “금융노조의 조직 이기주의가 노사정대타협의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서동철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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