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대용 종이박스 1개에 1만원, 4~5㎞ 이동 택시요금이 10만원’
전시 상황을 방불케했다. 1984년 이후 32년 만에 최고치인 하루 120㎝ 폭설이 쏟아지면서 항공편과 배편이 모두 끊긴 제주도는 지난 주말 철저히 고립된 섬이었다.
24일에도 순간 초속 15m 강풍이 불어닥치면서 전날에 이어 항공기 510여편이 줄줄이 운항 계획을 취소했다. 승객들의 발이 묶이면서 제주공항은 숙박 시설을 못 구했거나 혹시라도 하는 마음으로 찾은 체류객들로 극도의 몸살을 앓았다. 이날 공항 체류객은 전날 1000여명에서 3500여명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공항 편의점내 삼각김밥이나 우유 같은 물건이 일찌감치 동나면서 이용객들은 폭설·한파에 이어 품귀현상 등 삼중고에 분통을 터뜨렸다.
공항 내 한 편의점 점주는 “식사류는 팔고 싶어도 팔 물건이 없다”면서 “물건이 들어와야 파는데 도로사정이 안 좋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항 주변 택시가 귀해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들어오는 것은 가능하지만 나가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공항 주변 호텔도 모두 동이 났다. 공항 인근 엘루이 호텔은 “오늘 방은 없고 25일에도 2실 정도만 빌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공항 마비 사태는 23일 기상 악화로 전면적인 항공 선박편 결항 결정이 내려지면서부터다. 이날 공항에 머문 인원이 6000명에 달했지만 폭설로 차량이 끊기면서 약 1000명이 공항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로 인해 덮고 잘 이불이 없어 1만원을 주고 종이박스를 산 승객이 있는가 하면, 택시조차 귀해 4~5㎞에 10만원을 부르는 기사가 등장했다.
23일부터 25일까지 결항으로 제주를 떠나지 못한 인원은 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공항공사는 제설차 8대와 인원 200여명을 동원해 제설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폭설로 역부족이다. 23일 저녁에는 혹한으로 정전사태까지 빚어져 제주 전역 식당 등이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도민들은 혹한과 폭설이 가져온 제주도 고립사태의 후유증이 이번 주 중반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 외에도 광주 20.5cm, 전주 14.7cm 등 호남 지역에도
[제주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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