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법정 최고형'…法 "공범에 책임 전가 후 반성 無"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법정 최고형'…法 "공범에 책임 전가 후 반성 無"

↑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사진=MBN

22세 한국인 대학생을 이유없이 살해한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 아더 존 패터슨(37)에게 법정 상한인 징역 20년형이 선고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는 29일 "패터슨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걸 목격했다는 공범 에드워드 리 진술이 신빙성 있다"며 이같이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벽에 묻은 혈흔 형태를 보면 가해자는 온몸과 오른손에 상당히 많은 양의 피가 묻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시 패터슨은 온몸에 피가 묻어 화장실에서 씻고 옷도 갈아입었지만, 리는 상의에 피가 적은 양 뿌린 듯 묻었다"며 "리가 피해자를 찔렀다는 패터슨의 진술은 객관적 증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패터슨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젊은 나이에 생명을 잃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기회를 한순간에 박탈당했다"며 "그럼에도 사건 직후부터 지금까지 공범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반성하지 않는 등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했습니다.

리에 대해서도 "패터슨에게 살인을 부추기고 앞장서서 화장실에 들어갔다"며 살인의 공범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리는 이미 살인 혐의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처벌받지 않습니다.

1997년 4월3일 오후 9시50분 당시 17세였던 패터슨과 에드워드 리는 홍익대생 조중필씨가 칼에 찔려 살해된 이태원 햄버거집 화장실에 함께 있었습니다.

둘 중 한 명이 조씨를 죽인 것은 확실하지만 검찰이 살인범으로 단독기소한 리는 1998년 법원에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흉기소지·증거인멸 혐의로 복역하다 1998년 사면된 패터슨은 검찰이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습니다.

장기 미제 상태였던 이태원 살인사건은 2011년 5월 미국에서 패터슨이 체포되고 지난해 9월 도주 16년 만에 국내로 송환되면서 다시 법정으로 돌아왔습니다.

넉 달의 재판 동안 패터슨은 약 19년 전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현장에 함께 있던 리가 조씨를 찔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애초 패터슨에게 살인죄가 정한 형 중 무기징역을 선택했으나 범행 당시 미성년자라 형을 줄였습니다. 특정강력범죄처벌법은 18세 미만의 소년을 무기형으로 처할 경우 징역 20년을 선고하게 하고 있습니다.

패터슨은 선고 직후 얼굴이 다소 붉어진 듯했으나 큰 표정 변화는 없었으며, 그는 검사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호송 인력과 함께 법정을 빠져나갔습니다. 패터슨 측 변호인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했습니다.

약 2시간 이어진 선고 내내 손수건을 만지작거리던 피해자 조씨의 어머니 이복수 씨는 재판부의 "유죄로 판단한다"는 말에 두 손을 바르르 떨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이씨는 법정 밖에서 울먹이며 "중필이가 마음이 이제 편할 거 같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