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법' 국회 통과, 기업 구조조정 가속화 기대'…철강·석유화학·조선·해운 등 합종연횡 활발해질듯
↑ 원샷법/사진=연합뉴스 |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이른바 '원샷법'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업종 내 구조조정과 기업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과 현대차, SK 등 대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원샷법은 기업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 관련 절차나 규제를 하나로 묶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강제전환에 따른 규제 유예 기간을 1년 늘려주고 지주회사의 증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보유율을 기존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 등이 대표적입니다.
간이합병 요건 완화, 주식매수청구권 개선 등 상법 관련 특례도 상당수 포함돼 있습니다.
원샷법의 핵심은 선제적이고 자율적이며 정상기업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이라는 점이며, 기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나 통합도산법이 사후적 타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며 부실기업이나 워크아웃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차별화됩니다.
원샷법은 신용등급이 A등급이나 B등급인 정상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재편을 추진하면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3년 한시적으로 특례를 주는 것이 골자입니다.
과잉공급 해소를 위해 사업을 재편하는 기업, 기술변화나 소비자 선호 변화 등으로 수요가 급감하거나 국제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잃어가는 경우 등이 해당합니다.
철강, 석유화학, 조선, 해운 등 최근 어려움을 겪거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업종은 물론이고 건설업과 유통업, 금융업 등 내수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업계는 자발적 사업재편을 위해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민간협의체'를 구성했지만 민간 주도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구체적인 실행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원샷법이 통과되면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게 업계 관측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원샷법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재편했을 때 도와주는 법이므로 지금 당장 어떤 기업에 혜택이 있을지 단언할 순 없다"면서도 "대상이 과잉공급업종인 만큼 철강과 조선, 석유화학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원샷법 통과로 기존 지주회사들은 물론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지주회사들은 신성장동력 창출, 부실사업 매각, 자회사 인수합병 등에 더 여력을 갖게 되고 지주회사가 아닌 기업들은 자회사들의 손자회사 공동출자 허용, 증손회사 지분율 완화, 부채비율제한 완화 등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보다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LG그룹 외에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재계 '빅3' 기업이 원샷법을 계기로 지주회사 체제로 변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원샷법 처리가 늦어진 것도 야당이 원삿법 통과가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에 대한 특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원샷법이 통과되면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이 수월해져 결국 삼성의 경영 계승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무부처 등에서 사업재편계획 타당성 등을 심의하기 때문에 이는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며 다른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원샷법을 이용해 합병을 하려면 삼성SDS 주가가 삼성전자의 10분의 1 이하로 떨어져야 하는데 최근 두 회사의 주식을 보면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삼성SDS 지분 2.05%를 매각했는데 합병을 고려했다면 삼성SDS가 아닌 다른 지분을 팔았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삼성 외에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시행령도 안만들어진 상황에서 향후 계획을 언급하긴 어렵다"면서 "각 회사 판단에 따라 지주회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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