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논·밭두렁 태우기가 기대했던 효과 보다는 산불 등 역효과가 많다며 농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11일 오후 4시께 경기도 광주시의 심모(78)씨 논에서 난 불로 심씨가 숨지고, 논 1천600여㎡도 모두 탔습니다.
경찰은 주변에 있던 볏단 등을 끌어모아 불을 지핀 심씨가 때마침 불어닥친 강풍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앞선 이날 오후 2시 30분께는 경기도 오산시의 한 논에서 엄모(82)씨가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엄씨가 혼자 논에서 불을 놓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2013년 논·밭두렁 화재로 13명(사망 4명, 부상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해마다 10명 안팎의 인명피해가 납니다.
기온이 상승하고 대기가 건조해지는 이맘때면 논·밭두렁을 태우다가 농지와 산림을 훼손하는 사고도 어김없이 반복됩니다.
강원도에서는 2013년 23건, 2014년 32건, 2015년 45건, 올해 7건의 논·밭두렁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최근 3년간 발생한 논·밭두렁 화재 가운데 3월에 일어난 건수가 전체 41%를 차지했습니다.
봄철이면 해충 방제를 이유로 관행적으로 논·밭두렁을 태우지만, 효과는 전무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논·밭두렁 소각은 1960∼1970년대에 큰 피해를 주던 애멸구와 끝동매미충을 박멸하려고 장려한 해충방제책이지만, 이후 품종 개량으로 이런 병해충이 발생한다 해도 농작물에는 별 피해가 없습니다.
오히려 거미 등 해충의 천적을 죽이는 부작용이 생겨 '득보다 실'이 많다는게 정설입니다.
전북농업기술원이 불태운 논에서 미세동물을 조사한 결과, 거미 등 해충의 천적은 89%가 죽었지만 해충은 11%만 소멸했습니다. 논·밭두렁 태우기가 자연 방제기능을 무너뜨린 셈입니다.
각 지역 농업기술원은 '논·밭두렁을 태우면 자연방제 기능이 상실된다'며 논·밭두렁과 농산
김기수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 농촌지도관은 14일 "논·밭두렁에는 해충과 익충이 공존한다"며 "소각으로 인해 해충은 물론 익충까지 죽게 돼 생태계와 먹이사슬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소각보다는 예방약을 뿌리고 무엇보다도 '논·밭 태우기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