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으로 만난 부인이 과거 성폭행을 당해 출산했던 경력을 숨겼어도 ‘혼인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남편 김 모씨(41)가 결혼 전 성폭행을 당해 출산했던 사실을 숨겼다며 베트남인 부인 A씨(26)을 상대로 낸 결혼 취소 소송에서 “혼인을 취소하고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은 “A씨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폭력을 당해 출산까지 한 사정은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의 본질적 부분으로, 이를 미리 알리지 않았더라도 혼인 취소 사유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 민법은 부부 중 한 사람의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이 성립한 경우 법원에 혼인취소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A씨가 일부러 말하지 않았더라도 법령,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그러한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위법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다”며 “원심이 A씨의 임신·출산 경위나 이후 그 자녀와 전혀 교류가 이뤄지지 않은 사정 등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12년 4월 베트남에서 국제결혼 중개업자를 통해 A씨를 만나 혼인을 올리고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듬해 함께 살던 시아버지가 A씨를 성폭행과 추행을 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아버지는 징역 7년을 선고 받았지만 재판 과정에서 A씨의 과거 출산 경력이 알려졌고, 김씨는 아내가 자신을 속였다며 “혼인을 취소하고 위자료 3000만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A씨도 “남편
1·2심은 “출산 경력은 혼인의 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며, 만약 김씨가 사전에 이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A씨의 이혼청구와 위자료 청구를 기각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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