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는 직원 A씨는 최근 인사관리팀의 독촉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월급의 1%를 회사에서 주도하는 ‘사회공헌기금’ 마련을 위한 펀드에 기부하라는 내용이었다. 반복되는 사측의 요청에 A씨는 “그 돈으로 차라리 다른 사회공헌단체에 기부를 하겠다”고 정중하게 거부 입장을 밝혔지만 사측은 직원 개인이 개별적으로 기부에 참여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급기야 기부금액이 부족한 직원들의 명단이 부서장들에게 메일로 뿌려졌다는 이야기까지 들리면서 A씨는 결국 월급 1%기부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들이 회사 이미지 재고 등을 위해 직원들의 월급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을 경쟁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기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강제적 기부’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A씨 사례처럼 한 금융업체의 경우 “임직원의 99%가 자발적으로 월급 기부에 찬성하고 이 중 월급 1%를 기부하는 인원이 92%에 달한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월급의 1%를 기부하지 않은 이른바 ‘블랙리스트’ 명단을 사측에서 작성해 돌리면서 내부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이 회사 직원 B씨는 “인사관리팀에서 주기적으로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월급 1%를 기부하지 않으면 참여 인원 비율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압박하고 있다”며 “인사팀에서 전화가 오면 직원들은 사실상 불이익이 두려워 눈치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월급을 기부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업체의 경우 사내 시스템을 통해 기부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데 월급의 1%에 못 미치는 금액을 기부하면 인사담당자가 계속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내 기부금을 늘려달라는 식으로 압박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체에 재직 중인 C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이름으로 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모 기업과 임직원 일동이 기부했다는 기사가 나오면 결국 회사 이름과 기업 브랜드만 홍보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이름으로 기부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부하는 즐거움이나 보람을 느낄 수도 없다”며 “착한 기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진심이 담기지 않은 기부를 강요해 생색내는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제조업체 직원인 D씨는 “회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부활동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곳에 기부를 하고 싶지만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같은 돈이면 내 이름으로 유니세프 등 활동내역이 마음에 드는 곳에 따로 가입하고 싶다”며 “왜 회사 임직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억지 기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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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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