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학위수여식 대표 연설을 맡은 몽골 유학생 오강바야르 씨 |
26일 오전 서울대에서 열린 제70회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 연설을 맡은 몽골 유학생 오강바야르 씨(Uuganbayar·몽골)는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이루고 싶은 꿈을 가지고 처음 한국에 찾아왔던 것처럼 오늘 여러분도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오씨는 외교관의 꿈을 안고 지난 2011년 서울대 총동창회 장학금을 받고 정치외교학부에 입학했다. 졸업할 때까지 해외 봉사활동, 학생회 등을 통해 다양한 학내외 활동을 했고 학내 외국인학생회(SISA) 회장을 맡기도 했다. 서울대에서 외국인이 졸업생 대표 연설을 한 것은 지난 2013년이후 두번째다.
오씨는 “한국말은 ‘김치’라는 단어 밖에 모르던 학생이 단지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대를 바라보며 한국에 왔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어른이 됐으니 스스로 번 돈으로 생활하고 장학금으로 공부하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면서 “한국어를 할 줄 모르니 찾을 수 있는 일은 공장 단순노동, 이삿짐 옮기는 일, 호프집 서빙 등이었는데 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어려움에서든 긍정적인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기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욱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서울대에서의 5년을 ‘책임감’을 온몸으로 배운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니까 최선을 다할수 밖에 없었다”며 그는 “서울대에서 받은 장학금은 경제적 도움을 넘어 더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는 책임감을 심어 줬다”고 말했다. 또한 “모국 몽골 유학생의 대표로서 부끄럽지 않은 몽골인이 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했다”고 회고했다.
오씨는 “동아리와 봉사활동 등 외부 활동을 하면서도 며칠 밤을 새가며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았다”며 “서울대 학생들이 뜨거운 열정과 인간의 가능성을 알게 해 주었다”고 말해 청중의 호응을 받았다. 그는 “서울대생이 된 것만으로도 또 다른 인생의 도전이었다”며 졸업생들에게 “다가올 어려움보다는 미래의 희망을 보고 함께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한국과 몽골을 잇는 외교관의 꿈을 이어나갈 예정인 오씨는 “서울대생 그리고 몽골유학생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날 졸업식에서는 오바마 정부 국립건축과학원의 건축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미국 건축설계 분야에서 자수성가한 기업인으로 알려진 하형록 팀하스 회장이 축사를 맡았다. 그는 두 번의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인생 역경을 전하며 졸업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표현하라”고 주문했다. 회 회장은 “음악가가 되고 싶다면 음악가가 되겠다 하지 말고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사람이 되겠다고 표현하라”며 “꿈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며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것만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이날 학사 2496명, 석사 1786명, 박사 688명 등 총 4970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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