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공무원이 국민과 소통을 제대로 하려면 IT(정보통신)를 기반으로 하는 창의성과 혁신이 필요합니다.”
공직사회 IT 혁신가로 유명한 강민구 부산지법원장(58·사법연수원 14기)은 “IT 혁신으로 회의 90%를 없앴더니 업무 집중도가 훨씬 높아졌다”며 활짝 웃었다.
강 법원장 사무실에는 IT혁신가답게 컴퓨터 모니터 4대가 자리잡고 있었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IT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강 법원장은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상에 앉아 직접 IT 혁신의 시범을 보였다. 빠른 손놀림으로 단축키를 써가며 작업을 한지 10여분. 그 사이 20여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가 작성돼 프린트를 통해 출력됐다.
강 법원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 기능의 1%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카톡이나 문자를 보낼때 손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직접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해 카톡과 문자를 작성한 후 기자에게 보냈다.
그는 “음성 인식 기능이 좋아져 90% 이상 정확하게 전달한다”며 “머리 속에 있는 내용을 음성 기능을 이용해 에버노트라는 앱을 통해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그 내용을 컴퓨터에서 간단하게 작업하면 훌륭한 서류가 수십분 만에 탄생한다”며 활짝 웃었다.
이런 문서작업이 법원에서 왜 중요하지 의문을 가질 즈음 강 법원장은 “재판은 결국 서류 싸움”이라며 “누가 더 정확한 판례와 좋은 정보가 담긴 문서를 가지고 있느냐가 재판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으로 최근 부산지법은 각종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민사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액 사건 분야 실질 조정율이 전국 평균(28.6%)의 두 배(47.6%)에 달한 것이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 재판 당사자들이 마음을 돌리고 조정을 했다는 것으로 재판으로 인한 각종 낭비를 없애고 생산성을 높였다는 의미다.
강 법원장이 IT 혁신 전도사라고 해서 온라인만을 중요시하는건 아니다. 그는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아날로그에 있다”며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적절하게 융합한 ‘디지로그’로 가야 조직과 개인 모두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강 법원장은 지난 1년간 부산지법에 있는 모든 직원 700여 명과 한 시간 정도 차담(티타임)을 가지고 일일히 함께 사진도 찍으면서 애로사항 등을 경청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 법원장은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도 중요하지만 시민들과의 소통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재판절차 등에 대한 불신이 사회에 팽배한 것은 소통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100-1=99가 아니라 ‘0’이다. 100개를 잘해도 1개를 잘못하면 신뢰가 0이 되기 때문이며 그래서 진솔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들과 소통을 위해 부산지법은 지난해부터 유명인사를 초청해 무료 공개강연도 열고 있다. 올해는 부산법원 개원 120주년을 맞아 김상헌 네이버 대표, 김진명 작가, 곽경택 영화감독 등을 초청해 21일부터 13차례 무료 강연을 펼친다.
강 법원장은 법원에 처음으로 예술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창원법원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6월 국내 최초로 예술법정을 도입했다”며 “딱딱하고 무섭게 느껴지는 창문 없는 폐쇄형 법정 벽에 재능기부로 받은 예술작품들을 걸자 재판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물론 판사와 직원들도 모두 힐링이 된다며 좋아했다”고 밝혔다. 예술법정은 현재 전국 11개
강 법원장은 “부산지법의 혁신을 통해 직원들 모두가 ‘우리도 1등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며 “IT 혁신을 통해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 대한민국 전체 효율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