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초 호기심에 청주의 한 나이트클럽에 간 가정주부 A(33·여)씨는 말 주변이 뛰어난 B(34)씨를 만났다.
건설회사 사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B씨의 말에 호감은 더 커졌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업 이야기까지 나누는 사이가 될 정도로 친해졌다.
얼마가 지난 후 B씨는 “2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 계약을 하게 됐는데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A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높은 이자를 쳐주겠다는 B씨의 말에 A씨는 별다른 고민 없이 그해 6월 500만원을 선뜻 빌려줬다.
이후 ‘원금에 몇 배로 불려서 꼭 갚겠다’거나 ‘부도가 나면 돈도 못 주고 자살할 수 있다’는 B씨의 반복적인 꾐과 협박에 말려들어 A씨는 그의 요구대로 계속해서 돈을 빌려줬다.
심지어 A씨는 사는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고, 제3금융권과 지인들에게까지 손을 벌려 돈을 구해다줬다.
사업상 거래처 접대를 위해 외제차가 필요하다는 B씨의 요구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3400만원 상당의 중고 외제 차를 사 빌려주기까지 했다.
남편에게는 고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에 투자했다는 말로 둘러댔다.
이렇게 A씨가 30여 차례에 걸쳐 B씨에게 건넨 돈은 3억여원에 달했다. 만난 지 불과 3개월만의 일이었다.
점점 빚이 늘어나며 자신까지 채무 압박에 시달린 A씨는 빚 독촉을 하려 했지만 이미 B씨는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였다.
정신을 차린 A씨가 뒤늦게 확인해보니 건설회사 사장이라는 B씨의 말도 새까만 거짓이었다.
졸지에 수억 원의 빚을 떠안게 된 A씨는 지난 1월 B씨를 경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 21일 A씨에게 수 억여원의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B씨를 붙
확인 결과 B씨는 지난 16일 청주지법에서 사기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꾼’이었다.
설마하던 B씨의 실체를 알게 된 A씨는 땅을 치며 자신의 경솔한 행동을 후회했지만 없던 일로 되돌려 놓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흐른 뒤였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