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해 기관사 1명이 숨지고 부기관사와 승객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탄진역 화물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지 42일,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이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임한지 불과 39일 만이다. 이 때문에 기관장 부재에 따른 코레일의 ‘안전불감증’과 ‘기강 해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41분 전남 여수시 일대에서 운행 중이던 무궁화호 1517호 열차가 율촌역 진입 200m를 앞두고 선로를 벗어났다. 이 사고로 전체 9량의 차량 중 기관차가 완전히 튕겨나가 전복됐고, 객차 4량이 궤도를 벗어나 이 가운데 2량이 쓰러졌다. 이 사고로 기관사 양모씨(53)가 숨졌고, 정모씨(55) 등 승객 7명과 부기관사는 부상을 입고 성가롤로병원을 비롯한 인근 병원 3곳으로 이송됐다. 이 중 6명은 치료를 마치고 귀가했다.
전라선 순천역과 여수엑스포역 구간 운행이 전면 중단됐지만, 인력 200명을 투입해 복구 작업을 진행한 결과 이날 밤 늦게 긴급 복구를 완료했다.
이날 사고는 무궁화호가 율촌역으로 진입하면서 곡선 구간인 선로가 바뀌는 지점에서 속도를 줄이도록 하는 관제 지시를 무시하고 시속 127km로 운행하다 탈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열차가 선로를 변경할 때 시속 45km 이하로 저속 운행해야 한다는 안전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지난달 11일 신탄진 화물열차 탈선사고가 난 지 한 달 여만에 다시 무궁화호 탈선사고가 발생, 코레일의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80대 할머니가 스크린도어에 끼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채 승무원이 열차를 출발시켜 현장에서 사망한 데 이어, 2월에도 영등포역에서 전동차 고장으로 승객 200여명이 환승하는 등 최근 코레일을 둘러싼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레일은 지난달 열차 100만㎞ 운행당 사고건수가 1.757건에 불과해 역대 최고 안전성을 달성했다는 자화자찬을 내놓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기관장 부재로 인한 ‘지휘공백’과 ‘기강해이’ 문제도 또 다시 제기됐다. 코레일은 지난달 14일 최 전 사장이 4·13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마를 이유로 사임하면서 직무대행 체체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새 사장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또 다시 인명피해를 동반한 대형 탈선사고가 발생하면서 기관장 공백에 따른 기강해이가 사고의 배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박완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 김석기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등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인천공항 수하물 대란이나 폭설대란을 비롯한 제주공항 운영의 난맥상을 드러낸 것과 맥을 같이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코레일은 기관장 공백을 막기 위해 이날 사장 공모를 마감하고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최대한 빨리 후임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
[전정홍 기자 / 여수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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