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인 이상 근로자를 둔 대규모 사업장의 절반 가까이는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직장 어린이집 설치 대상인 전국 1143곳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까지 47.1%에 해당하는 538개 사업장이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고, 민간 어린이집 위탁 등 대체 수단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29일 밝혔다. 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업장도 146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인 사업장은 직접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직원에게 보육수당을 주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했지만, 올해부터는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전체 이행률은 52.9%로 2014년(60.4%)보다 감소했다.
사업장 유형별 이행률은 국가기관(79.7%)이 가장 높았고, 지방자치단체(69.9%), 기업(48.4%), 학교(2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538곳 가운데 신한카드, 넥센, 삼일회계법인, 씨티은행, SC제일은행, 현대증권, 서울메트로 등 178곳의 명단을 복지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등에 게재할 예정이다. 사업장 주소, 상시근로자 수, 상시 여성근로자 수, 보육대상 영유아 수와 미이행 사유 또는 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실 등도 포함한다. 신규 사업장, 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있거나 보육수요가 없는 사업장 등 360곳은 공표 대상에서 제외됐다.
복지부는 직장 어린이집 설치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1년에 최대 2차례, 매번 1억원 이내의 이행강제금을 부과·징수할 방침이다.
의무 대상기업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은 그 이유로 ‘장소 확보 어려움’(25%)과 ‘보육 대상 부족’(24.4%), ‘사업장 특성상 어려움(20.5%) 등을 꼽았다. 또 ’운영비용 부담‘(13.8%), ’설치비용 부담‘(12.9%) 등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주변에 주유소나 유흥시설이 없어야 하는 등 설치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며 “이 기준에 맞추려면 정작 회사
거꾸로 제도상의 허점을 지적하는목소리도 많다. 현행 규정은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사업장이 ‘상시 영유아 5인’이라는 최저규정만 맞추면 되도록 하고 있어, 형식적인 운영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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