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죽으면 무서워…" 이웃집 아주머니 살해하려한 중학생

인천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A군은 1학년 때부터 작은 체구 탓에 친구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한 학년씩 올라갈 때마다 체격이 커지며 괴롭힘은 다소 줄었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되도 반에 친한 친구 하나 없는 처지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몇 년째 앓던 조울증은 점차 심해졌고, 자살 충동을 자주 느끼는 상황으로까지 몰렸습니다.

2013년 8월 18일 오후. A군은 자신이 살던 빌라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개학일인 다음 날 학교에 가도 예전처럼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허리춤에는 집 주방에 있던 과도가 꽂혀 있었습니다.

마침 같은 빌라에 사는 아주머니 B(53)씨도 널어놓은 빨래를 걷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왔습니다.

빌라 4층에 살던 A군은 3층에 사는 B씨 가족과 10년 넘게 알고 지낸 이웃 사이였습니다.

A군은 흉기를 옥상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휘둘렀습니다.

"혼자 죽으면 너무 무섭고 아는 누군가와 같이 죽고 싶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왼쪽 어깨를 한차례 찔린 아주머니가 쓰러지자 A군은 "아줌마 죄송해요. (저 지금) 폭발할 것 같아요"라고 소리쳤습니다.

A군은 피를 흘린 채 도망가던 아주머니를 뒤쫓아 여러 군데를 찔렀습니다.

B씨는 목 부위 동맥이 절단되는 위급한 상황에서 비명을 듣고 나온 이웃주민의 신고로 병원에 옮겨졌습니다. 빠른 응급조치로 다행히 생명은 건졌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A군은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러나 사건 당시 만 14세 미만인 점이 고려돼 형사 처벌 대신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았습니다.

B씨는 형사재판과 별도로 A군과 그의 부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인천지법 민사10단독 정원석 판사는 A군이 미성년자임을 고려해 대신 부모에게 4천318만원을 배상하라고 최근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B씨의 흉터 성형 등 치료비 432만원 중 A군 측이 이미 B씨에게 준 114만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치료비 318만원과 B씨가 청구한 위자료 4천만원을 모두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정 판사는 1일 "원고로서는 가장 안전하다고 여길 주거지에서 아무런 까닭이나 영문도 없이 이웃으로부터 무차별적인 칼부림을 당했다"며 "동맥 출혈 등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처했고 현재까지도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친권자이면서 아들을 보호하고 교양할 법정 의무자인 부모가 그 의무를 충실히 다하지 못했다"며 "이것과 사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