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등 어린이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차량이 달리는 속도를 제한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겉으로는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한 곳들이 많아 어린이들이 아슬아슬한 사고에 노출돼 있습니다.
추성남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기도 수원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 30km 표지판이 선명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속도를 줄이는 차량이 없습니다.
불과 몇 미터 뒤에 제한속도를 60km로 지정한 표지판과 함께 무인단속 카메라까지 설치돼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운전자
- "시속 30km였다가 60km로 바뀌더라고요. 운전하다 보면 헷갈리지 않으세요?"
- "맞추기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30km보다는 더 빨리 달리게 될 거 같은데…."
도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 인터뷰 : 박미래 / 학부모
- "걸어서 (학교) 보내기 항상 부담스럽죠. 걱정이 되고, 잘 도착했는지. 아무 일 없었는지."
시속 30km와 60km로 달리는 차에 부딪혔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마네킹을 이용해 실험해봤습니다.
자전거에 탄 어린이 마네킹이 시속 60km로 달리는 차와 충돌하자 앞유리창에 부딪힌 뒤 공중으로 무려 23m 넘게 날아가 떨어집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인 30km로 속도를 줄이자 1차 충돌 후 차량 옆으로 쓰러지지만, 2차 충돌은 없습니다.
실제로 시속 60km로 충돌했을 때 중상을 입을 가능성은 99.9%로, 시속 30km일 때보다 6배나 높았습니다.
▶ 스탠딩 : 추성남 / 기자
- "2년 전 어린이보호구역인 이곳에서 등교하던 중학생이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왜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생긴 걸까요? 이어서 이재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경기도 수원의 또 다른 도로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 옆으로 제한속도를 60km로 한 무인 단속카메라가 보입니다.
현행법상 어린이보호구역의 통행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는 게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도로 사정에 따라 제한속도 30km를 초과하는 어린이보호구역은 전국적으로 700여 곳.
전체 어린이보호구역 1만 6천여 곳의 5%에 이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지자체나, 차량속도를 심의하는 경찰은 원활한 차량 흐름이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오성식 / 경기 수원시 교통정책과장
-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에 30km로 속도를 제한하다 보면 교통 체증은 불 보듯 뻔합니다."
▶ 인터뷰 : 이상엽 /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교통시설팀장
- "시속 30km로 제한하면 급격한 감속으로 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차량흐름에 방해될 수 있어…."
하지만 이런 상황논리 속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기웅 / 교통안전공단 교수
- "일반적으로 30km 정도면 속도가 낮아서 만일 사고가 나도 속도에 따라 피해가 크잖아요. 피해를 줄이고자 속도를 줄이는 것이거든요."
▶ 스탠딩 : 이재호 / 기자
- "있으나 마나한 어린이보호 구역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재호입니다." [ jay8166@mbn.co.kr ] "
영상취재 : 김정훈 기자·최홍보 VJ
영상편집 :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