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정 변호사, '문학 판사'가 '수임료 여왕'으로…전관 변호사의 추락

최유정 변호사, '문학 판사'가 '수임료 여왕'으로…전관 변호사의 추락

↑ 최유정 변호사/사진=연합뉴스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연루된 최유정(46) 변호사가 결국 구속되자 법원 안팎에서는 안타까움과 함께 의외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1998년 서울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최 변호사는 2014년 전주지법 군산지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했습니다.

최 변호사는 법관으로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대인관계가 원만했습니다. 여기에 유려한 글솜씨까지 갖춰 '문학 판사'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수원지법에서 근무하던 2006년 대법원이 펴내는 월간 소식지 '법원사람들'에 기고한 '바그다드 카페와 콜링 유'라는 수필로 문예대상을 받았습니다. 그해 소식지에 실린 가장 좋은 글에 주는 상입니다.

이 글에서 최 변호사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보고 느낀 감동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재판 경험을 얘기했습니다.

영화 속 보잘것없던 '바그다드 카페'는 남편에게서 버림받은 뚱뚱한 독일 여성이 소외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작은 관심으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활기찬 곳으로 변신합니다.

"단지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세상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충격"이라는 대목에서는 그가 판사 시절 가졌던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습니다.

피고인석에 선 청소년에게 당시의 최 판사가 "돈보다 훨씬 더 귀한 것을 네가 가졌다는 것을 잊지 마라. 너는 부자다"라고 조언한 일화도 나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 조사로 드러난 상황만 놓고 보면, 적어도 변호사로 변신한 후 보인 행동은 따뜻하고 활기찬 '바그다드 카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수임료 액수에 신경을 쓰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는 개업 직후 대형 로펌에 참여하고 자신의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사건 수임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단독 개업한 후엔 거액의 수임료를 요구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문제는 최 변호사가 정운호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과 이숨투자자문 실질대표인 송모(40·복역중)씨의 투자사기 사건의 변론을 맡은 후 터져 나왔습니다.

최 변호사가 정 대표와 송씨로부터 받은 수임료는 총 1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정당한 변론 활동이 아니라, '전관예우'를 이용해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와 교제하거나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최 변호사의 100억원대 부당 수임료 문제를 두고 탄식 섞인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의뢰인과 수임료 문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등 세속적인 변호사의 모습은 법원 재직시 보여준 밝고 따뜻한 모습과는 많이 달라 놀랐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법원의 한 판사는 "판사들 사이에서는 충격적이고 안타깝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도를 넘은 일탈행위이자 변호사의 윤리를 지극히 벗어난 사건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MBN 뉴스센터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