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정(여·25)씨는 최근 대기업 면접을 앞두고 취업 컨설팅 업체의 관련 수업을 듣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3시간 동안 구직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뻔한’ 설명만 늘어놨기 때문이다. 또 금융권, 제조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의 구직자들을 한데 다 모아 모의면접을 하는 바람에 정작 자신이 지원한 업종에 딱 맞는 스킬은 커녕 피드백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정씨는 “면접의 특별한 비법을 배우려고 취업 컨설팅 업체를 찾았는데 시간 낭비, 돈 낭비였다”며 “강사는 알바생이나 기계적인 답변 밖에 못하는 비전문가로 보였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이 한창인 가운데 수준 이하의 프로그램과 엉터리 면접 준비로 구직자들의 주머니만 털고 있는 질 낮은 취업 컨설팅이 활개치고 있다. 이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 취업이 급한 구직자들의 불안 심리를 교묘히 파고들어 자기소개서 첨삭과 면접 준비란 명목으로 200만~300만원의 돈을 챙긴다.
◆ 종합반·취업 보장반 등 입시 학원 방불케 해…고액 수강료는 기본
법인부터 개인 프리랜서까지 취업 컨설턴트들을 내세운 취업 컨설팅 업체들은 현재 대입 학원을 방불케하는 취업반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 모집은 주로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의 홍보를 통해 이뤄진다.
일례로 A학원은 현재 삼성그룹, 현대차 등 대기업 구직자들을 1:1로 면접 컨설팅해주는 ‘단과반’과 상하반기 취업 성공을 위해 1:1 컨설팅은 물론 주1회 기업 분석 등 정보를 제공하는 ‘종합반’, 취직할 때까지 컨설팅 해주는 ‘취업보장반’을 운영 중이다.
비용은 단과반의 경우 보통 3시간 컨설팅을 해주고 20만~30만원을 받으며, 대기업 면접이 몰려있는 내달 30일까지는 무제한 개별맞춤 컨설팅을해주는 대가로 90만원을 받고 있다. 종합반과 취업보장반 비용은 6개월간 각각 180만원과 300만원에 이른다.
B학원의 경우 직무설계교육 1시간과 심층상담 2시간을 해주며 60만원을 받는다. 자기소개서 이론 및 첨삭을 받을 경우 100만원, 면접전형 준비 도움을 받게 되면 60만~13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밖에 취업 전략을 짜주는 컨설팅은 2시간에 50만원, 옵션으로 대기업 서류대행을 해주거나 취업 일정관리 및 정보지원을 신청하면 따로 50만원을 지불해야한다.
취업컨설팅 업체 한 관계자는 “업계 평균 시세는 보통 자기소개서 첨삭은 시간당 10만원대, 모의면접과 면접 교육은 60만원대, 그리고 자소서 첨삭과 면접교육, 진로설계 등이 모두 포함된 종합반의 경우 200만~300만원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 우후죽순 생겨난 업체들…전문가들 보기엔 엉터리 많아
문제는 최근 몇 년간 불어닥친 취업난 속에 취업 컨설팅을 명목으로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설팅 업체들 역시 덩달아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취업 컨설턴트들의 경력과 학력에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특별히 검증할 방법이 없고, 업체을 평가하는 공식 기준이 따로 없는 가운데 수강료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단기 고액 면접 컨설팅을 받은 대학생 김(남·27)씨는 “취업 컨설턴트가 대기업 입사 경험을 비롯해 다수의 경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정작 컨설팅 내용은 취업사이트 기업 정보에서도 받을 수 있는 자료들이 다수였다”며 “왠지 속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취업 컨설턴트들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이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 또한 엉터리인 경우가 많다. 기업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을 컨설팅이라며 우려먹거나, C기업에 대한 면접 내용을 D·E기업 면접을 앞둔 구직자들에게 돌려막기하면서 수백만원의 컨설팅료를 요구하는 식이다.
기업 채용 면접을 담당하는 시너지컨설팅의 이병철 대표는 “요즘 취업컨설팅을 하는 업체들의 커리큘럼이나 내용을 보면 최근 채용 트렌드에 맞지 않는 경우가
이밖에도 고가의 취업컨설팅 시장을 이용해 가격을 크게 낮춘 뒤 구직자들에게 돈을 입금하게 한 후 도주하는 취업 컨설팅 사기도 빈번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