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법정관리 들어가나…지난해 3천억원 손실
↑ 사진=연합뉴스 |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받고도 경영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STX조선해양에 대해 채권단이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법정관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상태에 들어간 지 38개월 만입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STX조선 채권단은 25일 회의를 열고 STX조선에 대한 재실사 결과 초안을 바탕으로 향후 구조조정의 진행 방향에 대해 의논할 예정입니다.
채권단은 이 자리에서 자율협약을 중단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25일 회의에서 채권단 전체 의견을 수렴해야겠지만, 현재로써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법정관리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했습니다.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결정은 채권 비율 기준으로 채권단 75%의 동의가 필요한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채권 비율이 80%에 이릅니다.
STX조선은 업황이 장기 부진에 빠지던 상황에서 무리하게 저가 수주에 나선 여파로 재무여건이 악화돼 2013년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갔습니다.
채권단은 공동관리 이후 4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STX조선은 2013년 1조5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3천억원 넘는 손실을 냈습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채권단은 지난해 말 추가로 4천억원을 지원하고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탈바꿈시키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KEB하나·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탈퇴해 채권단에는 산업은행(48%), 수출입은행(21%), 농협(18%) 등 국책·특수은행 등만 남게 됐습니다.
그만큼 금융권에서는 STX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보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여전히 STX조선의 금융채무는 총 6조원에 이릅니다.
결국 지난달 정부가 조선·해운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나서자, 채권단은 STX조선의 재무와 경영상태에 대한 재실사를 진행하며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STX조선은 신규수주 현황을 비롯한 대외여건 등을 감안해 경영정상화에 나서거나 회생절차로 전환하는 등 채권단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최근 재실사 결과 초안을 받아든 채권단은 앞으로도 STX조선의 상황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채권단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발주 자체가 대폭 줄어든 조선 산업의 업황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진행해 온 구조조정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법정관리를 통해 정리할 부분을 확실히 정리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져야만 회생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권단은 현재 건조 중인 선박에 대해서는 공정률에 따라 대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물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RG는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선박 건조계약을 따낼 때 맺는 계약으로 선박 건조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회사에서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
선주들이 1조2천억원에 이르는 RG 상환을 요청하면 금융권에 2차 후폭풍이 불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RG 상환으로 물어줘야 하는 돈과 청산가치를 비교해봤더니, 뱃값을 물더라도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타나 채권단은 법정관리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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