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전 KT 회장 횡령혐의 2심서 유죄

회삿돈을 횡령하고 부실기업을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석채 전 KT 회장(70)에게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혀 징역형이 선고됐다. 2심은 횡령과 배임 혐의 모두를 무죄로 본 1심과 달리 횡령 혐의를 유죄로 봤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는 27일 이 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이 전 회장과 공모해 횡령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서유열 전 KT 사장(60)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과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다만 배임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일영 전 KT 사장(60)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임원들에게 과다한 활동비를 산정해 지급한 뒤 이를 되돌려 받는 비정상적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점, 조성된 자금을 개인적 체면과 지위를 유지·과시할 용도로 사용한 점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의심의 여지가 있지만, 여러 증거들을 살펴볼 때 합리적 의사결정 절차를 거친 적법한 경영 판단으로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 전 회장 등은 지난 2011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재무상태가 열악하고 사업전망이 부정적인 OIC랭귀지비주얼 등 기업 3곳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평가액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여 KT 측에 103억여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KT 임원들에게 활동비 명목의 역할급을 지급한 뒤 이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11억235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당시 유선전화 시장 영업악화로 다른 분야 진출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KT 또한 필요성을 인식했다”며 이 전 회장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