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20살 청년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청년이 가족에게 남기고 떠난 건 다름 아닌 점심 한 끼로 먹을 컵라면이었습니다.
신지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하철역 한 켠에 마련된 추모장소에 컵라면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컵라면은 평소 끼니를 거르며 일하던 20살 청년 김 씨가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유품이었습니다.
▶ 인터뷰 : 숨진 김 씨 어머니
- "유품이라고 제가 지금 가방을 연 거예요. 이 공구들 속에 숟가락이 있어요. 컵라면이라도 미리 사놨다가 잠깐이라도 먹으려고 이렇게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고등학교 재학 중에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업체에 취직한 「김 씨는 백 만원이 채 안 되는 월급으로 6개월 수습기간을 버텼습니다.
그마저도 '생활비로 써달라', '언젠가 가족여행을 떠나자'며 전부 어머니께 드렸던 김 씨. 」
생일 바로 전날인 지난 28일,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떠나는 순간 혼자였을 아들 생각에, 언젠가 아들이 했던 말이 떠올라 어머니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숨진 김 씨 어머니
- "어느 날 '엄마 저 혼자서도 고칠 수 있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둘이 가지만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거죠."
김 씨가 조만간 서울 메트로의 정직원이 될 꿈을 꿔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은 더 큽니다.
사고 현장엔 20살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는 국화꽃과 포스트잇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신지원입니다. [jiwonah@mbn.co.kr ]
영상취재 : 양현철 기자
영상편집 : 오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