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업체에 특혜성 계약 의혹"

지난달 28일 ‘구의역 사고’로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용역업체 유진메트로컴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 모씨(19)가 소속된 은성PSD는 아니라도 해도 유사 업무를 맡은 용역업체에 막대한 이익이 흘러들어간 점이 확인될 경우 서울메트로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일 박진형 서울시의원은 서울메트로와 유진메트로컴이 2004년과 2006년 체결한 1·2차 계약내용을 확인한 결과 막대한 이익을 보장받는 특혜성 계약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두 기관이 맺은 실시협약서와 2008년 서울시 감사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박 의원은 “1·2차 사업에 대한 회계검증 용역 결과 유진메트로컴은 1차 사업에서만 당초 수익률 9.14% 대비 176%에 이르는 16.14%의 막대한 수익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박 의원은 법령상 스크린도어 설치·유지·보수 사업 자체가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할 수 없는데도 계약이 성사됐다고 지적했다. 서울메트로는 2003년 12월 건설교통부와 질의회신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하고도 민간투자사업을 강행해 2008년 서울시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지하철 2호선 12개 역의 스크린도어 설치·유지보수 1차 계약의 경우 유진메트로컴 컨소시엄이 단독 응찰했다. 2인 이상 참여해야 낙찰자를 선정할 수 있다는 규정상 재공모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서울메트로는 그대로 유진메트로컴 컨소시엄과 계약했다. 2차 계약에선 감사원 권고사항도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투자사업 계약시 사업수행능력과 가격조건을 2단계로 심사하라는 권고를 무시하고 ‘협상에 의한 계약’을 진행했다.
2006년 1차 계약을 담당한 서울메트로 본부장이 1차 사업이 끝난 뒤 유진메트로컴에 이직하는 등 전관 의혹도 제기됐다.
2차례 계약 과정에서 서울메트로가 과도한 사업비를 산정해 유진메트로컴에게 이익을 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포공항·동대문역 등 유진메트로컴이 계약하지 않은 곳과 비교해 1개 역사당 스크린도어 설치 단가가 평균 3억8000만~4억5000만원 가량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유지·보수 사업의 경우 계약 해지 조건에 ‘중대 사고 유발’ ‘열차운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 경우’ 등을 규정했지만 유진메트로컴과의 계약에는 이런 조건이 없다는 점도 특혜라고 박 의원은 강조했다.
서울시의회는 3일 오전 10시 의원회관에서 이번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관련한 긴급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스크린도어 정비 용역업체 은성PSD와 유진메트로컴 사장,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공무원과 서울메트로 임직원 등이 참석한다. 시의원들은 같은 사고가 최근 세 차례나 반복된 이유와 사고 후 서울시·서울메트로의 재발방지대책, 스크린도어 용역업체에 서울메트로 출신 임직원이 근무하는 구조와 특혜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질의할 예정이다.
[백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