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한 섬의 초등학교 관사에서 20대 여교사를 집단 성폭행한 동네 주민들이 구속된 가운데 이번 사건이 폐쇄적 공동체에서 발생한 집단범죄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으로 섬 마을의 폐쇄성과 외지인이라는 피해자의 환경에 비추어 은폐가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범죄심리에 주목했다.
박상진 범죄심리학회 이사는 “섬 등 외딴 지역에서는 범죄가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다”며 “범죄를 억제하는 개인의 통제력은 공범이 여러 명이 될수록 약해지는데 폐쇄적인 곳일수록 집단성범죄 등 단체 범행의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를 저질러도 외부에 알려질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단체범행의 가능성이 높아 유사 범행이 과거에도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해 교사가 원래 섬마을 공동체 구성원이었으면 그런 피해를 당했을지 의문”이라며 “여러 명에 의해 윤간을 당한 상황에서 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외부자인 피해자가 갖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은 도시에서 일어난 범죄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4일 섬 초등학교 관사에서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학부모 A씨(49), B씨(35)와 마을 주민 C씨(39) 등 3명을 구속했다. 이날 법원은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후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 등은 지난달 22일 새벽 전남의 한 섬마을 초등학교 관사에서 술에 취한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의 학부모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다른 피의자와 함께 피해 여교사와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전 술자리에 있었던 A씨와 동석했던 B씨는 각각 성추행·성폭행을 인정했다. 구속된 피의자 중 C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C씨 역시 여교사를 살펴달라는 A씨의 연락을 받고 관사에 찾아가 B씨를 밖으로 내보낸 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조사결과 피해자에게서 채취한 DNA 검사 결과 B씨와 C씨의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C씨는 DNA 증거 제시 이후에도 혐의를 부인하거나 술에 취해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서 채취한 DNA와 관사를 향한 길목의 폐쇄회로(CC)TV 등 이들의 범행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을 전후로 술자리를 갖고 전화통화
[황순민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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