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 산책로를 점거한 디젤 관광버스들 <한주형 기자> |
더욱 심각한건 남산의 생태계와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매연이다. 특히 오르막길인 순환도로를 오르는 대형버스의 저단기어에서 나오는 오염물질과 매캐한 배출가스는 호흡기로 직접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힐링’을 위해 남산을 찾은 시민들의 건강이 ‘킬링’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모습이었다. 황사 마스크를 쓰고 발걸음을 재촉하던 김정복 씨(69·여)는 “이 길을 지나갈 때마다 매연을 피부로 느낀다”며 “다른 산책로는 좁아서 불편하지만 (매연 때문에) 순환도로를 피하거나 마스크를 쓰곤한다”고 말했다. 순환도로를 자주 찾는다는 이용열 씨(58)는 “친환경버스도 아닌 디젤버스가 언덕을 오를 때 앞서 가는 버스가 배출하는 매연 냄새와 소음에 매번 불쾌하다”면서도 “그래도 남산을 포기할 수 없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토로했다.
매연과 소음을 마주하며 겨우 올라간 서울 N타워 부근은 관광객을 실어 나른 대형버스와 승합차들이 산책로까지 점거한 채 뒤엉켜있었다. 승객 하차 후 회차하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버젓이 시동을 건채로 관광객을 기다리는 버스도 있었다. 이곳 주차관리요원은 “공회전을 지적하면 ‘앞차가 빠지면 가려고 시동을 켜놨다’고 버틴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남산 일대를 공회전 중점제한장소로 지정하고 공회전 차량의 단속을 강화해 과태료(건당 5만원)를 부과하지만 현장 실상은 이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남산 생태계 보호와 시민 보행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남산순환버스, 장애인차량, 업무용차량과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는 남산공원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남산을 통행하는 대형버스 대부분이 최근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된 디젤(경유)버스라는 사실이다. 시는 하루 평균 남산을 통행하는 관광버스를 200대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시는 남산을 ‘대기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지난해 10월 도시공원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해 배출가스를 내뿜는 버스(16인승 이상)통행료를 기존 3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했다. 또 예장자락 남산공원 재상사업이 완료되는 2018년부터 노선버스를 제외한 나머지 관광버스의 진입을 전면 제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디젤 관광버스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남산 생태계와 시민 건강을 위해 전면제한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경사로를 올라가는 시민들이 디젤버스가 내뿜는 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2018년이 아니라 문제를 인지한 시점에서 당장이라도 폐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남산의 경우 산책로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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