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한 번 보자 길래 의심 없이 내어준 게 화근이었죠.”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A씨는 휴대폰 요금 명세서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통신사 앱에서 구입하지도 않은 76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이 결제돼 있던 것이다. 경찰 조사결과 범인은 한 달 전 같이 술을 마신 지인 최 모씨(21)였다. 최 씨는 A씨의 스마트폰 유심칩을 몰래 분리해 자신의 휴대폰으로 옮겨 넣은 뒤 31회에 걸쳐 소액결제를 했다. 동석했던 B씨 역시 같은 방법으로 79만원의 소액 결제 대금을 떠안았다.
총 223차례에 걸쳐 휴대폰 사기를 일삼아 온 휴대폰 사기의 달인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이차웅 판사는 절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 모씨(21)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 했다. 재판부는 “상당 기간에 걸쳐 범행을 반복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도 다수이고 피해금액 합계액도 다수인 점을 고려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최 씨가 사기 행각을 통해 갈취해온 금액은 4200여 만 원으로 피해자만 18명에 달했다. 재판과정에서 최 씨는 휴대폰을 이용해 벌일 수 있는 사기의 종류를 두루 섭렵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 씨는 “내가 신용이 낮아 휴대전화를 개통할 수 없는데 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주면 요금을 반드시 변제하겠다”고 설득해 주변 지인들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펼쳤다. 설득이 힘든 피해자들에게는 읍소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최 씨는 “쇼핑몰을 창업하는데 핸드폰이 꼭 필요하다”며 30~50만원 상당의 보상금을 제시했다. 이런 방식으로 최 씨가 피해자의 명의를 이용해 개통한 휴대전화는 23대, 피해액만 3000만원에 달했다.
최 씨는 잠시 통화를 하겠다며 지인의 휴대전화를 빌리거나 피해자들을 아침까지 술을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든 뒤 유심칩을 옮기는 수법으로 소액 결제 이용 대금을 떠넘겼다. 자폐증을 앓고 있어 판단력이 떨어졌던 D씨와 헌팅으로 만나 모텔에 동행했던 E씨도 휴대전화 사기 달인 최 씨의 먹잇감이 됐다. 최 씨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가입한 휴대전화와 소액결제로 구매한 상품권을 중고로 판매해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손쉬운 휴대폰 소액 결제 시스템은 최 씨의 사기행각을 더욱 부추겼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최 씨가 주로 이용한 통신사 앱을 활용한 휴대폰 소액 결제는 이름, 생년월일 등 기본인적 사항만 입력하면 결제가 가능했다. 유심칩만 옮기면 본인이 아니더라도 결제가 가능한 구조여서 최 씨는 굳이 휴대폰을 훔치지 않아도 손쉽게 소액결제를 했다. 최 씨는 반 년 만에 200여 회, 1239만원에 달하는 액수를 다른 사람의
경찰관계자는 “스마트폰을 빌려주게 될 경우 스피커폰으로 사용하거나, 전화번호를 직접 눌러주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이름과 생년월일만 알면 손쉽게 소액결제가 가능한 만큼 본인 인증 절차에도 보완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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