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94)·신동빈 회장(61) 등 롯데그룹 대주주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롯데 측의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이 수사 장기화에 따른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요 압수물 반환을 서두르는 것과 대조적으로 롯데 측은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이날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10곳 등 모두 15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계열사 5~6곳에서 중요 자료들이 파기·은닉됐다고 밝혔다. 각 회사의 대표 이하 주요 임원의 책상과 서랍, 금고 등이 텅 비어 있었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파기 후 교체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임직원 자택이나 물류창고에 숨겨져 있던 일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사본이 발견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롯데 측의 조직적 증거인멸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며 “계열사별로 대표의 지시에 따른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반면 잦은 임원 소환을 피하고,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고자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도 밝혔다. 물증을 확보함으로써 진술에 의존하지 않는 수사를 할 수 있고, 주요 임직원들을 불러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수시로 요구할 필요성도 낮아진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임직원 휴대전화는 대부분 돌려줬고, 경영에 반드시 필요한 자료는 요청하면 사본을 만드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
검찰은 앞서 롯데 일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4)이 연루된 롯데면세점 입점 및 매장 위치 재배치 의혹 수사에서도 신 이사장이 실소유주인 유통업체 B사에서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벌어진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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